막걸리 판매 6년 만에 첫 감소… 올해 6.2% 줄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이마트 주류 코너. 막걸리 판매대를 찾는 손님은 적었다. 1시간가량을 지켜봤지만 막걸리를 사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할인 행사를 하는 와인, 외국산(産)을 늘린 맥주 코너가 북적대는 것과 딴판이었다. 이마트의 막걸리 판매는 2010년에 전년 대비 13.1%, 지난해 4.5%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는 1~10월까지 6.2% 감소했다.

막걸리 열풍이 주춤하고 있다. 올해 막걸리 판매가 200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막걸리 인기 시드나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1~9월까지 막걸리 출하량(내수·수출 포함)은 31만1256kL.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줄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 모임이 줄어 4분기(10~12월)에도 매출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도 급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10월 우리나라 막걸리 수출액은 3280만달러.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5% 감소했다. 이 추세라면 농식품부가 세웠던 올해 수출 목표액(8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내 막걸리 시장은 최근 10년간 4배 이상 성장해왔다. 2008년 이후 웰빙(well being) 바람을 타고 판매가 늘기 시작해 2009년과 2010년에는 연평균 50% 이상 급성장했다. 하지만 내수는 작년 중반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둔화됐고 수출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막걸리 판매가 줄어든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저(低)알코올 술 시장에 경쟁이 심화된 것을 꼽는다. 한·미,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알코올 도수가 막걸리(6~7%)와 비슷한 와인이나 맥주 수입이 늘고 가격도 내려가면서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것.

막걸리 업체 관계자는 "대형 마트들이 자체 수입한 와인과 맥주 판매를 확대하면서 막걸리 판매대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형 마트의 막걸리 판매는 일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은 일본 쪽이 91.8%(금액 기준)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3.5%), 중국(2.5%) 등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은 작년 한류(韓流) 효과로 막걸리 소비가 전년의 3배 가까이 늘었다.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 들어 저알코올 맥주 등 대체 상품에 밀려 막걸리는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최근 독도 문제 등으로 불거진 한·일 간 갈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최근 캔 막걸리를 대량 수출하면서 일본 내 막걸리 재고가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제품 개발에 소극적

지난해 정부가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제한한 것이 막걸리 시장에 오히려 독(毒)이 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국내 막걸리 시장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대기업 참여를 막고 있다. 대기업은 수출용 막걸리만 만들다 보니 내수 기반이 없어 투자와 마케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역시 영세하다 보니 투자를 하지 않고 수출 시장 개척에도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전국 800여 막걸리 제조업체 중 서울장수, 국순당 등 중견 기업을 제외한 소규모 업체는 경영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순당 배중호 사장은 "막걸리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은 표준화된 제품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하고, 중소기업은 특화 제품을 만들어 전통주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막걸리 판매 감소를 '막걸리의 종말'로 보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거시경제 전망이 밝지 않고 지방 축제 같은 막걸리 대량 소비처가 줄어들고 있다"며 "2009~2010년 같은 급성장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워도 경기가 풀리면 판매가 다시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