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다슬기' 탄생하기까지…

처음엔 물방울이었다. '생명의 원천'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였다. 그런데 물방울은 점차 조개껍데기, DNA 나선 형태로 변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표현한 것. 지금 청계천 광장에 서있는 미국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Oldenburg·83)의 '스프링(Spring)'이 작품으로 선보이기까지 거친 '진화 과정'이다.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열리는 '클래스 올덴버그와 코샤 반 브루겐' 전에선 그 진화 과정을 9점의 드로잉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코샤 반 브루겐(van Bruggen·1942~ 2009)은 올덴버그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아내.

올덴버그는 햄버거·담배꽁초 등 일상의 사물을 수백 배 크기로 엄청나게 확대시켜 낯설게 보이도록 하는 작가. 쇠톱 같은 딱딱한 사물을 천처럼 부드러운 재료로 만들거나, 넥타이처럼 부드러운 재료를 강철처럼 딱딱한 재료로 만들어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전시작 중 강철로 만든 '칼라와 나비 넥타이'(2005)는 남자들이 격식을 차릴 때 착용하는 의류를 차갑고 딱딱한 강철을 구부리고 뒤틀어 늘 입고 다니는 옷까지도 낯설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설치돼있는 '손수건'을 제작할 당시의 드로잉 등 올덴버그 작품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기간 동안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도 높이 3m가 넘는 '프렌치 호른'(2005)과 '기울어진 클라리넷'(2006)이 설치된다. (02)515-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