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리수·강석연·김선초 등 30년대 여가수 日 활동사진 첫 공개

한국 가요 초창기인 193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여가수들이 일본에서 활동하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방열(71) 건동대 총장(전 국가대표농구팀 감독)과 영남대 국문과 이동순(62) 교수는 26일 이애리수(1910~2009), 강석연(1914~2001), 김선초(월북·생몰 연도 미상) 등 30년대 톱여가수들이 일본 도쿄(東京)에서 빅터레코드 전속으로 활동하던 시절 찍은 사진 9장을 공개했다. 세 사람은 '황성옛터'(이애리수) '방랑가'(강석연)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고 배우로도 활동하며 당시 윤심덕(1897~1926)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생긴 대중문화계의 공백을 메운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이애리수·강석연·김선초 세 사람은 '근하신년(謹賀新年)' 푯말을 들고 새해 인사를 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들이 일본 빅터레코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한 사진도 있다. 이애리수와 강석연은 한복 저고리에 긴 치마와 구두를 신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강석연이 한복 치마에 구두를 신고 도쿄의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장면, 빅터레코드사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방송 출연을 마친 뒤 스태프와 함께 찍은 사진들도 공개됐다. 이 사진들은 강석연의 아들인 방 총장이 보관하고 있다가 최근 이 교수에게 존재 사실을 알리면서 빛을 보게 됐다. 방 총장은 "어머님은 명문가 출신에 경성사범학교를 다닌 엘리트였지만 집안 살림이 기울어 어쩔 수 없이 학생 신분으로 노래를 시작했고 노래를 부를 때도 한복 옷차림을 고수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 가요계의 초창기 모습을 연구하는 데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요즘 한국 걸그룹들의 일본 진출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한국 여가수들의 일본 진출은 이애리수, 강석연, 김선초 등에 의해 80여년 전 일어났던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빼어난 노래 솜씨로 한국·일본 대중음악계에서 모두 인정받았던 30년대 여가수들의 활약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