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9회말 홈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로버트 로렌스 감독의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직구(直球) 같은 영화다. 그것도 느릿느릿한 직구다. 언제, 어느 방향으로 날아올지 뻔히 다 보여서 안전하긴 한데, 공을 치는 긴장감이 없다. 착하고 안정적이긴 하지만, 5분 후 어떤 장면이 나올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영화란 얘기다.

거스 로벨(클린트 이스트우드)은 공을 던지고 치는 소리만 들어도 좋은 투수와 타자를 알아보는, 야구계 최고의 스카우트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력을 잃어가고 구단은 그의 판단을 점점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는 언젠가부터 서먹해진 딸 미키(에이미 애덤스)와 함께 마지막 스카우트 여행을 떠난다. 변호사로 회사에서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는 미키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걱정 때문에 역시나 마음이 편치 않다.

선악 관계가 분명한 캐릭터들이 영화에 등장하고 영화는 작정하고 착한 캐릭터들의 편을 들어준다. 주인공들의 '9회말 투아웃'과 같은 상황은 영화 종료 10분 전에 거짓말같이 해소가 된다. '연금복권'에, '로또'에, '스포츠토토'가 연달아 당첨된 것 같은 그런 결말이다. 그러나 어디 현실이 그렇게 흘러간 적이 있던가. 이런 무책임한 해피엔딩은 혀끝에 개운치 않은 단맛을 남기는 청량음료 같다. 이 영화의 마지막 변화구가 아쉽다.

이 영화의 결핍은 배우들이 다 메워준다. 이스트우드와 애덤스가 펼치는 부녀(父女) 연기는 치는 순간 '딱' 소리가 나는 공과 배트의 조합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캐릭터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나 '그랜 토리노'(2008) 등 그가 주연한 다른 영화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왜 날 혼자 내버려뒀냐"는 딸의 울먹임에 "다 너 잘되라고 한 건데"라고 힘없이 응수할 때 그의 표정은 여느 부모의 그것과 똑같다. 미안함과 억울함이 동시에 깃든, 망연자실한 그 표정 말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속은 깊지만 무뚝뚝하고 완고해서 감정 표현은 할 줄 모르는 영감님'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로벨(이스트우드)이 사별한 아내의 무덤에 찾아가 '유 아 마이 선샤인'을 부르는 장면.

#대사  "3할 타자도 따지고 보면 공 10개 중에 7개는 못 맞히는 거야"(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우울한 미키에게 남자친구 조니가 하는 말).

#이런 분들 보세요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을 믿지 않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