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28 02:46

HEALTH

암은 머리카락을 제외한 인체 모든 부위에서 발병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각양각색의 암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성인 남성이 가장 경계해야 할 암은 단연 위암이다. 대체 위암이 뭐길래?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위암센터 김병식 교수가 위암과 관련해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남자가 가장 잘 걸리는 암 1위는 바로 위암이다.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등을 모두 앞질렀다. 최근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이 위암에 걸릴 확률은 9.1%. 이는 자그마치 여성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대체 남성은 왜 이토록 위암에 취약한가. 김병식 교수는 “통계상으로 50~60대 남성의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다. 몇몇 연구자는 술이나 담배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아직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다.

짠 음식을 피하라!

지금까지 밝혀진 위암의 주범은 짠 음식. 간장이나 된장을 밥상에서 빼놓지 않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세계에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암은 식습관을 포함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잘 발생한다. 대가족을 형성하던 옛날에는 가족 구성원이 섭취하는 음식물이 동일했다. 모두 함께 발암물질에 접촉함으로써 일정 시기가 되면 같은 암에 걸리는 것이다. 요즘엔 대가족 체계가 무너져 중요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환경적 요인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위암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은 싱겁게 먹기. 이 한 가지만 지켜도 분명 효험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적절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다른 부수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병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김 교수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기검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2차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위암학회는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차례씩 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직계가족 중 위암 환자가 2명 이상이라면 30대부터 받는 게 좋다.” 내시경 검사는 현재 가장 정확한 위암 진단법이다. 종양의 형태에 따라 내시경 진단이 힘든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매우 드문 예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늘날 위암은 치료 가능한 병이기 때문. “어느 시점에서 치료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과거에는 조기 위암이 20~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 이상이다. 그만큼 검진시스템이 활성화된 덕분인데, 조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90% 이상이다”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조기 위암 수술 95% 성공

위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약물과 수술. 그러나 완치율이 50~60%에 이르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선 수술이 가장 완전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수술은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로 나뉜다. 이 중 어떤 수술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조기 위암의 경우 배를 열고 진행하는 개복수술보다 구멍을 뚫은 다음 기구를 배 속에 집어넣고 진행하는 첨단 복강경수술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 김 교수는 “기본적인 수술 내용은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이 동일하다. 단 복부를 절개하는 길이가 짧아 통증이 덜하고 수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회복기간도 빠르다. 수술이라는 것은 결국 충격을 가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면역성과도 직결되는데, 복강경수술은 면역성 저하율도 현저히 낮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복강경수술은 집도의가 수술 과정을 모니터로 확대해 들여다보며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개복수술보다 오히려 정확하고 정교하다는 것.

복강경수술 비용은 기구 활용 등으로 개복수술보다 100만원 정도 더 소요될 따름이다. 이보다 7~8배 이상 더 비싼 로봇수술도 그 결과에서는 복강경수술과 거의 차이가 없다. 로봇수술은 위나 장이 아닌 전립선과 같은 공간이 협소한 부위에서 빛을 발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최근까지 3000 사례가 넘는 세계 최다 복강경 위암 수술을 시행했다. 더욱이 김 교수팀은 지난 2008년부터 ‘체내문합술’이라는 위암 복강경수술의 최고난도 수술법을 적용하고 있다. 체내문합술은 절제된 위 조직을 배 바깥으로 꺼내어 재건하는 기존의 체외문합술보다 정교한 테크닉을 요한다. 배 속에서 자르고 꿰매는 수술 과정을 모두 마치기 때문에 5cm가량의 수술 흉터조차 남기지 않는다.

현재 김 교수팀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통해 복강경수술의 치료 성공률을 개복수술과 같은 95%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복강경 위암 수술은 더 이상 실험적인 치료법이 아닌 보편화된 치료법이다. 앞으로는 조기 위암을 넘어 진행성 위암 역시 복강경수술로 완치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한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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