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첨단 기능이 균형을 이루다

  • 정지현 시니어조선 편집장
  • PHOTOGRAPHER·김민관(아트앤커머스)

입력 : 2012.11.28 02:46

THIS CAR | 디자이너 김영세가 바라본 K9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세단 K9은 기능과 디자인의 접점을 통해 두 가지 특징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첨단 기능이 장착된 차량은 진취적인 남성의 이미지가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여, 해외 명차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김영세가 말하는 K9의 매력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디자인 감각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자동차다.” 인터뷰 전 일주일간 K9을 시승한 이노디자인 김영세 회장의 첫 마디였다. 혁신적인 디자이너로 명성이 높은 그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에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가 나오면 시승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김영세 회장은 200대 이상의 차량을 시승해보았다고 한다. 상용화되지는 못했지만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모티브로 전기자동차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디자인 감각은 물론 자동차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K9의 매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일 뿐만 아니라 직접 운전을 해도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쇼퍼드리븐카가 편안한 승차감과 안전성, 뒷좌석의 편의장치에 비중을 둔다면 오너드리븐카는 동력과 연비 등 자동차의 기본 성능을 중시하는 편이다. 그러나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세단인 K9은 기능과 디자인의 접점을 통해 두 가지 특징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는 것.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사용자를 설정한 뒤 그의 입장에서 상상해보아야 한다. 무엇을 좋아할지, 어떤 기능에 관심을 보일지, 공감을 이끌어낼 감성은 무엇일지를 고민한 뒤 콘셉트를 구상해야 더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자동차는 실내 디자인에서 외관 디자인으로 옮겨가야 한다. 차량을 구입한 사람, 즉 사용자는 차량의 외관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기기를 조작하며 승차감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 그 순간의 첫 만남이 어떠하냐에 따라 차량을 구입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진취적인 남성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프리미엄 세단 K9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도전 정신이 강한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국내 최초로 장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첨단 기능이 망라되어 최고 자동차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영세 회장도 인정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6만5000색의 그래픽을 써서 입체감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속도, 내비게이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상황, 후방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보여지는 위치를 조절하고, 텍스트의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K9의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경고등과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리며, 필요하다면 해당 방향의 운전석 시트까지 진동시킨다. 또한 기본적인 사각지대 감시 기능(BSA, Blind Spot Assist) 외에 차선 변경 지원 기능(LCA, Lane Change Assist)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선 변경 지원 기능은 차량 뒷부분에 장착된 두 개의 레이더가 후측방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차량까지 감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차량의 사이드 미러를 통해 보는 시각 정보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운전자의 차선 변경 판단에 도움을 준다.

이 외에 변속기와 레버를 전자통신 제어로 조정하는 전자식 변속 레버, 차량 방향과 속도에 따라 각도 및 밝기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풀LED헤드램프, 9.2인치 대형 화면에 통합 조작키가 적용된 DIS 내비게이션, 주차 시 차량의 앞·뒤·좌·우를 보여주는 360도 어라운드 뷰시스템 등 첨단 기능으로편의성이 뛰어나다.

앞서 김영세 회장이 말했듯 K9의 매력은 오너드리븐카뿐 아니라 쇼퍼드리븐카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넓은 실내공간, DVD와 DMB 시청이 가능한 뒷자석 듀얼 모니터 등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를 위한 배려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차량은 최고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품위와 역동성이 공존하는 디자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말은 사람들의 경험과 습관을 분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디자인한 것이 가장 과학적이며 심미안적으로도 아름답다는 의미다.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시작해 현재 디자이너들의 보편적인 디자인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노디자인 김영세 회장은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의도하는 바를 따른다(Design follows designer’s intention)’고 말한다. 이는 K9의 디자인 콘셉트와도 맞닿아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본에 충실하되 디자이너 고유의 감성을 더해 생명력 있는 스타일을 완성한 것이다.

“디자인은 인터랙션(interaction)이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간의 인터랙션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간의 인터랙션도 중요하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인터랙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완성품이 나오겠는가. K9을 보고 좋다, 마음에 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관과 외관이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취적인 남성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실내 디자인은 차량 외부로 이어진다. 차량 정면을 바라보면 당당한 남성의 모습이 연상된다.”

자동차의 얼굴과 표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의 모델에 비해 더 크고 넓게 디자인되고, 좌우 펜더까지 파고들어간 헤드램프와 램프 위쪽에 삽입한 눈썹 모양 그래픽은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K9의 차체를 보더라도 비례를 통해 역동성을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트렁크의 길이는 후드 길이의 절반일 때 중립적 이미지를 주고 그보다 길면 보수적인 이미지를, 짧으면 스포티한 이미지를 가지는데 K9의 트렁크 비례는 후드의 절반보다 짧아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역동적인 이미지는 측면 벨트라인의 높이로 이어진다. 벨트라인이 낮아 유리창이 넓어지면 개방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면서 귀여운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반대로 벨트라인이 높아져서 측면 유리가 좁아지면 공격적인 인상을 주게 된다. K9은 벨트라인을 높게 해서 가늘고 긴 형태의 유리창을 통해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 것이다.

“K9을 타보니 10년 전쯤 미국 잡지에서 본 자동차 광고가 떠올랐다. 근사한 집 차고 안쪽에 고급 스포츠카가 서 있고 차량이 나간 빈자리에 광고 브랜드 로고만 새겨진 이미지였다. 스포츠카를 뇌두고도 탈 만큼 매력적인 세단이라는 것을 절묘하게 표현한 광고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운전해도 스포츠카처럼 좋은 차, K9을 대입해도 맞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노디자인 김영세 회장은 디자인을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사용자나 제품의 본래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외관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과 K9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대뜸 “K9이 좋다”라고 말한 첫마디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 김영세 회장은 서울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동대학에서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86년 실리콘밸리에 한국인 최초로 디자인 기업인 이노디자인을 설립했다.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미국의 IDEA 금·은·동상을 모두 휩쓰는 진기록을 남겼으며, iF, 레드닷 등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29차례나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대표작으로는 아이리버 MP3플레이어, 삼성전자 애니콜 가로본능, 태평양화학 슬라이딩 컴팩트 케이스 등이 있다.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1세기 새로운 인재상을 담은 <퍼플피플> 출간에 이어 12월에는 태극기를 모티브로 삼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무빙 뮤지엄 개관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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