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 제임스 본드, 칼 마르크스, 험프리 보가트. 이 남자들의 조합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보라. 힌트는 스타일에 있다. 그렇다. 정답은 ‘보타이’ 다. 이 개성 있는 액세서리는 주로 남자가 성장(盛裝)을 할 때 착용한다. 즉, 최고로 멋진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아이템인 것. 이번 연말에는 보타이 하나로 스타일을 매듭 지어 보는 건 어떨는지.
“남자들은 소속감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옷차림은 더욱 그렇죠. 대부분의 남자들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튀는 차림으로 있어야 한다면 창피해서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남자의 패션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정의해줄 사람이 또 있을까. 날카로운 유머 감각과 방대한 패션 지식으로 무장한 패션컨설턴트 남훈은 명실상부한 남성복의 권위자. 아르마니, 던힐, 남성복 편집매장 란스미어에 이르기까지 약 17년간 유명 남성복 브랜드 바이어로 활약했으며, <남자는 철학을 입는다>를 출간한 그가 한국 남성들이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보타이(Bow Tie)’에 대해 입을 열었다.
“회사에 처음 보타이를 매고 간 날이었습니다. 사내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제게 꽂히더군요.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어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같은 말이었죠. 그곳이 패션 회사였는데도 말이에요.”
남훈은 여전히 보타이를 즐긴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이 보타이를 대할 때 느끼는 압박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그는 보타이에 대해 “어떤 옷과 매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타이는 넥타이와 다르다. 용도부터 그렇다. 엄격한 매너가 요구되는 비즈니스 미팅에서 착용하는 넥타이와 달리, 보타이는 즐거운 일이 있는 곳에서 착용한다. 남훈은 보타이 착용에 대해 “첫 키스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처음엔 무척 부담되고 떨리죠. 하지만 점점 익숙해집니다(웃음).” 그는 적당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와인 모임처럼 친구와 허물없이 모이는 자리의 드레스 코드로 보타이를 정해 보세요. 클래식과 오페라 공연 관람도 좋은 기회입니다.”
보타이는 매일 착용하기는 어려운 아이템. 그래서 남훈은 “서너 개면 충분하다”고 한다. 예복을 위한 블랙 보타이 하나와 즐겨 입는 수트에 어울리는 보타이 두세 개. 스타일링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옷의 적절한 긴장 관계’다. 보타이가 화려하면 셔츠와 수트는 모노톤, 셔츠와 수트가 화려하면 보타이는 단색으로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다.
남훈은 ‘남자가 패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보타이는 할까 말까를 두고 논의할 대상은 아닙니다. 그저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약간의 예의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에요. 저는 남자의 옷차림이 교양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수트 차림에 보타이를 맨 사람이 길에 침을 뱉는 경우는 거의 없죠. 잘 차려입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비싼 옷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경우에 맞는 옷을 더 멋지게 입는 데 보타이가 도움이 된다면 맬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예절을 지키는 것. 그것이 품위 있는 시니어의 자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