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오면 된다는데… '귀농 1위' 경북 상주의 3가지 비밀

지난 25일 경북 상주시 이안면에 있는 3300여㎡(1000평) 규모 화훼농장. 정동열(50)씨가 카네이션·스토크 등이 자라는 비닐하우스 3동을 돌며 꽃대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대구에서 의류사업을 하다 접고 2년 전 귀농(歸農)한 정씨는 매년 4∼8월 국화를 재배해 내다 팔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스토크 등을 길러 연간 4000만∼5000만원을 벌어들인다. 그는 "꽃에만 정성을 쏟으면 되니 걱정거리도 없어지고 건강도 좋아졌다"며 "꽃이 피는 것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구 10만명의 경북 상주시가 '귀농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한 해 500여 가구, 사람 수로는 1000명 가까이가 농심(農心)을 찾아 이곳으로 건너왔다. 시·군·구별 통계는 따로 없지만, 광역시·도 단위로 가장 많은 귀농 인구가 몰린 전남이 22개 시·군 다 합쳐도 상반기 1092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규모다. 상주시 관계자는 "시·군·구 중 귀농 1위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비결은 상주시가 귀농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었다. 지난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귀농·귀촌 특별지원팀'을 만들어 행정·농업·토목 등 분야 직원 10명을 배치했다. 상주시 관계자는 "5∼6년 전부터 귀농 붐이 일자 지자체마다 농가주택 수리비 지원, 귀농인 인턴 지원 등 엇비슷한 대책을 쏟아냈는데 이와는 다른 뭔가 새로운 걸 찾으려고 전담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원팀은 전국 단위로 벌어지는 '귀농·귀촌 박람회' 등을 돌며 홍보와 상담 활동을 펼쳤다. 직접 와서 1∼3일간 머물며 농장과 관광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지난 석 달 동안 외지인 400여명이 상주 땅을 밟아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귀농을 결심한 도시인들에게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귀농·귀촌을 신청하면 곧바로 개인별로 어떤 토지를 얼마나 사는 게 적정한지 판별해주고 형질 변경이나 건축 허가 등 자잘한 행정절차는 지원팀에서 대신해줬다. 집을 짓고 사는 '거주형'이 아닌 농사를 짓고 벌이를 원하는 '생계형' 귀농자들에게 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농협 등과 접촉, 농업경영체·농협조합원 등록 등 업무도 도와줬다. 귀농 성공자들과 만나는 자리도 주선하고 있다. 상주시 권택희 총괄기획담당은 "외지인들이 귀농을 결심하면서 땅을 잘못 사거나 제도를 몰라 실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각 분야에서 차출된 직원들이 세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며 "보통 1주일이면 귀농·귀촌에 대한 모든 업무가 완료된다"고 말했다.

상주시 지역 건축설계사들과 협약을 통해, 상주로 이주할 때 집 짓는 데 드는 설계비를 50％ 감면해주고, 5∼19가구가 동시에 이주해 마을을 조성하면 진입로를 닦아주고 가로등과 상하수도 등 생활기반시설을 무료로 설치해 준다. 화서면 상현리 등 9곳에서 이런 식으로 전원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새 주민이 들어오면 기존 주민들과 다과회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행사 비용(50만원)도 제공한다. 지난 20일 모서면 득수리 김호(69)씨 부부 집에서 이장과 마을 주민 등 20여명이 모여 다과회가 열렸다. 대전에서 직업군인을 하다 지난 8월 귀촌한 김씨는 "연고도 없는 곳에 막상 오니 서먹서먹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주민들과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주로 직장인, 퇴직 공무원, 개인 사업자 등이 많은 게 특징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지난 4월 상주로 온 이금숙(57)씨는 "상담단계에서부터 굉장히 열성적으로 대해줘 다른 지역으로 가려던 계획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 경기 연천 등 전국 8개 시·군에서 상주시 사례를 배우기 위해 다녀가기도 했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2016년까지 총 3000가구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