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었다고 국내 호텔에선 쫓겨났었는데 미국서 아트페어 오프닝 장식해달라 하네요"

서울 신라호텔 뷔페식당에 한복을 입고 갔다가 쫓겨났던 한복 디자이너가 미국 마이애미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다음 달 4일(현지 시각) 밤 열리는 '아트 마이애미(Art Miami)' 오프닝 행사에서 한복 12벌을 내놓고 패션쇼를 여는 이혜순(52)씨다. 아트 마이애미는 전 세계 125개국 화랑과 컬렉터·큐레이터·작가 등 미술 관계자 8000여명이 참여하는 아트페어. 미국 아트페어 오프닝 퍼포먼스로 한복 패션쇼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씨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쌍화점'(2008) 등의 의상 제작을 맡았고,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한복 패션쇼를 연 유명 디자이너.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여년 전부터 평소에도 한복 차림으로 생활해 왔으며, 작년 4월 '신라호텔 한복 해프닝'의 주인공이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쌍화점'에서 왕비가 입었던 붉은색 제례복, 신윤복의 그림 '미인도' 속 의상을 재현한 삼회장저고리와 청보라빛 치마 등을 보여준다.

27일 만난 이씨는 "한국 작가 담당 에이전트가 건네준 사진을 보고 한복의 조형성에 매료된 아트페어 디렉터가 한복 패션쇼를 열기로 결심했고, 여러 한복 디자이너의 작품을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 내 작품을 낙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패션쇼에는 서양 여성 6명과 한국 남성 1명이 모델로 참여한다. 이씨는 "우리에게 서양 옷이 어울리는 것처럼, 서양인에게도 우리 옷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서양 모델을 택했다"고 했다.

30일부터 내달 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그의 한복 전시회 '삶을 짓다'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