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아프리카… 남들 안가는 곳에서 기회 찾아

지난 8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남서쪽으로 30㎞ 떨어진 트완테(Twante) 지역. 모래가 뿌옇게 날리는 시골길을 1시간 30분 동안 달려 도착하니 마을잔치가 한창이었다. 한국 태양광업체 KD파워가 기증한 50㎾(킬로와트)급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는 잔치였다.

마을이 생긴 지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150가구에 빛이 들어온 날이었다. 현지 의원과 우리 정부 인사가 참석할 만큼 관심도 컸다. KD파워 유종문 회장은 "미얀마에서 전기 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 정부 관계자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수출 강소기업은 남들과 다른 것을 생각한다(Think Different).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을 떠나 남들이 가지 않은 블루오션에서 대박을 터뜨린 기업이 많다.

◇미얀마 시골에 태양광 발전으로 불 밝혀

미얀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8개월 전이다. 미얀마는 한반도 3.5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에 6500만명이 산다. 그런데도 전기 보급률은 고작 20% 수준. 발전소도 없고 전력망 등 인프라도 부족했다.

3㎾급 태양광 설비를 오지 마을에 기증하고,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바닥을 다졌다. 유 회장과 직원들은 1주일 동안 현지 가정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장비 설치를 마쳤다. 화장실도 변변하지 않아 볼일(?)도 노천에서 해결했다. 몸으로 부딪친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믿을 만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달 초 미얀마 농업부로부터 150만달러(16억원) 규모 태양광 발전시스템 계약을 따냈다. 유 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농업부와 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내년엔 미얀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1000만달러 수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수퍼마켓 훑으며 계약 따내

태성유화는 한국이 외환위기로 몸살을 앓던 1998년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대형 석유화학 회사에서 원료를 사와 플라스틱 가공업체 등에 넘기는 중개업무가 주력이다. 당시 너도나도 중국으로 몰려가는 판에 백영철 대표는 역발상을 했다. "중국은 경쟁이 심할 것이 뻔하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먼저 가자!"

처음엔 막막했다. 국내 기관에서 받은 업체 정보는 현지에선 쓸모가 없었다. 남아공 수퍼마켓에서 각종 플라스틱 제품을 일일이 뒤집어보며 현지업체 연락처를 찾았다. 백인계, 대만계, 인도계 등 출신별로 담합하는 업계에서 한국인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한 레바논계 업체엔 3년 동안 30번을 찾아갔다. 백 대표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넌 내가 불쌍하지도 않으냐'라고 했더니 그제야 웃으면서 거래를 터 주더라"며 "한 곳을 뚫고 나니 신뢰가 쌓이면서 물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1998년 6000달러에 그쳤던 아프리카 수출 실적은 올해 6200만달러까지 늘었다. 백 대표는 1년에 7개월은 아프리카 현지에 체류한다.

◇직항편도 없는 나라를

렉스바는 남미 공략에 성공했다. 2006년 설립된 난방필름 제조업체다. 난방필름은 흔히 오피스텔이나 식당 등에서 볼 수 있는 전기를 이용한 바닥 난방장치다. 렉스바는 국내시장을 3년 만에 석권한 뒤 해외로 눈을 돌렸다. 주요 시장 중에 한국어만 써서는 사업이 힘들고, 직항편이 없는 곳을 찾다 보니 바로 남미였다. 김호섭 대표는 "국내 업체들이 제일 강력한 경쟁자인데 이들이 도저히 못 따라올 곳을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에선 진출 초기 1년에 20~30롤(1롤은 100㎡) 주문에 그치던 것이 최근엔 두 달에 한 번씩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100만달러였던 수출 실적은 올해 300만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겨울이 짧아 대규모 난방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남미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