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추위에 돌아온 내복… 내의시장 구했다

28일 서울 용산 이마트 속옷 매장엔 평일 오후인데도 내복을 보러 오는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한 주부는 "내복을 잘 안 입는데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한 벌 사러 왔다"고 했다.

지난 몇년간 부진을 겪던 내의류 판매가 올 들어 눈에 띄게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올해 내의류 매출이 1조3762억원으로 작년(1조2345억원)보다 1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든 다른 의류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남성복시장은 작년보다 8.6%, 캐주얼은 5.5% 감소할 것으로 연합회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대형 마트에서의 내의 판매는 매년 4~6%씩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패션업계는 올해 내의 매출이 2%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내의 매출이 올해 증가한 건 내복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쌍방울은 발열(發熱) 내의 '히트업'이 작년보다 10~15% 더 팔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달 초 유니클로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발열 내의 '히트텍'을 3일간 반값에 판매했을 때는 서울 명동 매장 일대가 마비될 만큼 고객이 몰렸다.

◇불황·강추위로 부활하는 내복

내복이 인기를 끄는 데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강추위 탓이 크다. 비비안 김지훈 팀장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10월 셋째 주엔 그 전주보다 판매량이 22% 늘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경기 불황도 내의류 판매를 늘리고 있다고 말한다.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내복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류업계가 입으면 열이 난다는 '발열 내복'을 개발해 젊은 층을 끌어들인 것도 내복 열풍을 일으키는 이유다. 발열 내복 열풍의 신호탄을 올린 업체는 일본 유니클로다. 세계적으로 3억장이나 팔린 히트텍은 섬유회사 도레이와 합작 개발한 초경량 신소재로 만든 것이다. 히트텍 성공 이후 국내 내의업체들도 발열 내복을 선보이고 있다. 트라이 '히트업'은 오스트리아산(産) 너도밤나무를 주원료로 만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항균 효과와 냄새 제거 기능까지 갖췄다. BYC는 적외선을 흡수해 열을 내는 광(光)발열 소재로 만든 '보디히트'를 판매 중이다. 기존 발열 내의에 비해 보온 기간이 길다는 게 특징. 비너스는 어깨와 등 부분에 바이오 세라믹 원단을 덧댄 내복을 선보였다. 바이오 세라믹 원단은 발열 기능뿐 아니라 혈액순환을 돕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반 내복과 별차이도 없는데 업체들이 과장 광고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층을 잡기 위해 디자인을 개선한 내복도 등장하고 있다. 비비안은 최상급 앙고라 토끼털을 사용한 내복과 스타킹처럼 얇은 원단으로 만든 극세사 내복을 내놓았다. 와코루는 고급 캐시미어 소재 내복을 출시했다.

내복 인기가 높아지자 의류·유통업체도 내의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랜드는 작년 론칭한 속옷 브랜드 '미쏘시크릿' 매출을 늘리기 위해 기존 의류사업부에 내의사업부를 최근에 새로 만들었다.

이마트도 최근 국내소재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발열 내의 '히트필'을 상하 한 벌에 각각 9800원에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