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덩치 줄여라, 산사에서 나와라… '직구' 날리는 두 학자

복음주의 활동가 양희송씨
덩치 크고 변화에 약한 공룡과 교회는 닮은꼴
세습이 가장 큰 폐단… 몸집 유지에 힘 쏟으니 영적 갈증 심해지는 것

"기후변화와 싸워 이긴 공룡은 없습니다. 존재 목적을 잃지 않으면서,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할 때입니다."

21일 만난 양희송(46·사진) 청어람아카데미 대표의 어조는 단호하고 분명했다. "신자 수는 줄고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물밑에서 지각변동이 진행 중인데, 수도권 중심 대형교회로 '공룡'처럼 고착화된 개신교계만 변화의 쓰나미에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990년대 개신교 대학생 단체를 이끌었던 복음주의 활동가. 영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2005년부터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기독교와 인문학이 소통하는 강좌·세미나 등을 기획해왔다. 그런 그가 새 책 '다시 프로테스탄트'(복있는사람)를 펴냈다. 부제는 '한국교회,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다양한 통계와 자료를 통해 현실을 분석하고, 위기의 원인을 짚으며, 변화 방향을 제안하는 책이다.

양 대표는 "공룡과 한국교회의 공통점은 거대한 몸집, 작은 두뇌, 그리고 외부 변화에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성직주의·성장주의에 빠져 교회가 자기 몸집 유지에 너무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교회에서 지적 갈증을 채우지 못하니 신자들이 '독학'에 나서, 유진 피터슨이나 톰 라이트 같은 외국 신학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지요. 또 영적 목마름으로 고민하던 이들은 사이비·이단에 빠져들게 됩니다." 양 대표는 "특히 교회 세습은 개(個)교회 성장주의의 말기 증상이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양 대표는 "크고 작은 공동체가 공존해야 건강한 생태계이고, 몸집이 작으면 더 다양한 변화 시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책에선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도 언급된다. "지난 30년간 해외선교에 집중했던 역량도 이제 시민사회와 나눌 때입니다. 장애인학교(남서울은혜교회), 별도 건물의 복지관(덕수교회), 탈북자 고용 사회적 기업(높은뜻연합선교회)처럼, 교회는 '닫힌 성'의 성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계율 전문가 원영 스님
'惡 짓지 말라' 가르침 善 기준 모호한 현대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대승불교 자비 정신은 공리주의와 닿아 있어

“불교의 가르침이 스님들끼리만 통하는 현학적인 것으로 변질됐을 때, ‘자비의 실천’이라는 부처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며 등장한 것이 대승불교 운동입니다. 지금 우리 불교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원영(圓映·37) 스님은 일본 임제종(臨濟宗) 종립대학인 교토 하나조노(花園)대학에서 율장(律藏)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촉망받는 계율 전문가. 다양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산중에 묻혀 있던 불교 계율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일에 집중해온 스님이 최근 ‘대승계(大乘戒)의 세계’(조계종출판사)를 펴냈다.

책에는 “대승불교 계율의 근본정신인 ‘자비의 실천’을 적극적 행동 윤리로 재발견해야 한다”는 주장을 경전 속 계율 이야기와 함께 담았다. 한편에선 산중을 벗어나 중생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한편에선 일부 승려의 일탈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현실의 불교를 향해 ‘근본정신에 답이 있다’는 조언을 던진 셈이다. “불교는 ‘악(惡)을 짓지 말고 선(善)을 행하라’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얻는다’는 주제를 2000년 넘게 설법해왔어요. 과거엔 이런 직관적 가르침이 유효했지만, 지금은 공허한 철학적 동어반복처럼 들릴 위험이 큽니다. 현대 사회의 구체적 문제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해요.”

스님은 “예를 들어 ‘불살생(不殺生)’은 생명윤리의 문제로, ‘선악’은 정의와 불의의 판단 문제로 연결시킬 수 있다. 대승계의 근본정신인 ‘자비 실천’은 선(善)·정의·공정 등 가치의 기준은 어디 있는가와 같은 현대 윤리의 근본 쟁점과 통한다”고도 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서양의 공리주의와 출발점은 같은 셈입니다. 서구에선 종교 관념이 현대 윤리로 재정립됐지만, 불교의 가르침은 수많은 주석(註釋)이 달린 채 경전 속에 갇혀 있었어요. 법학·정치학·경제학·의학 등 각 분야의 재가 불자 전문가들이 ‘자비 정신’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을 뒷받침한다면, 대승계는 현대의 윤리관으로 재정립될 충분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