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담배 제조창고, 예술이 꽃피는 공간 되다

담배를 만들던 연초(煙草)제조창 창고가 예술 전시·창작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내년 3월 개관을 앞둔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예술발전소는 옛 KT&G 대구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로 쓰이던 곳이다. 부지 4613㎡에 건평 2300㎡ 규모로 대구연초제조창에서 생산한 담배를 보관하는 용도였다.

그러다 1996년 말 KT&G가 연초제조창을 닫고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제조창 시설 일부인 지하 5층·지상 5층 규모 별관 창고 건물을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창고를 넘겨받은 대구시는 각계 의견을 수렴, 이곳을 예술창조 공간으로 조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국비 80억원과 시비 80억원 등 16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펼쳤고, 최근 공사를 마무리했다. 건물 외관과 뼈대는 그대로 살리면서 전시·창작 공간을 최신 시설로 꾸몄다. 1~2층에는 전시실과 아트숍, 수장고, 레스토랑, 3층에는 공연장과 교육시설 등이 들어섰다. 4~5층에는 19개의 입주 창작 공간이 갖춰져 작가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건물이 대규모 전시·창작 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기차역이었다가 인상파 작가 전문 미술관으로 바뀐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대구연초제조창은 1910년 일제가 대구 중구 태평로에 연초제조창을 설립해 담배를 생산하던 게 시초였다. 이후 1949년 현재 자리에 공장 건물을 신축 이전해 1996년 말까지 최대 1000여명이 일하며 담배를 생산했다. 대구시와 운영을 맡을 대구문화재단은 앞으로 대구예술발전소를 실험적이고 도전적 장르를 넘나드는 신진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대구문화재단은 내년 3월 개관을 기념해 오는 30일부터 내년 4월 8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수창동에서'라는 제목으로 국내외에서 150여명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전시회를 연다. '만권당(萬卷堂)'이란 주제로 뉴미디어와 미디어아트,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도큐먼트 프로젝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대구시 홍성주 문화예술과장은 "대구미술관이 기성 작가 위주의 미술관이라면 대구예술발전소는 신진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04년 문을 닫은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청주연초제조창도 문화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