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맛있는 'DHA 아이콘'… 물 만난 지금, 치명적인 그 맛

고등어는 너무 흔해서 저평가된 생선이다.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제철을 맞은 지금 그 맛이 절정에 올라 있다. 고등어가 인간에게 이로운 영양을 듬뿍 품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불포화지방산과 DHA를 다량 함유했다. 피부미용에 좋은 비타민B2는 꼬리 부근 껍질과 살에 몰려 있다.

고등어는 늦가을인 10월 말부터 겨울인 1월까지가 제철이다. 부산시 명품수산물 지정업체인 송도수산 박순용(48) 사장은 "5~7월 산란을 마치면 먹이를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해 10월 말부터 지질(脂質)이 20%로 연중 최고가 된다"고 했다. "2~5월까지 잡히는 고등어를 업계에선 '봄고기'라고 하는데 맛이 없어요. 하지만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봄이 제철이랍니다. 6~9월 산란기에 잡히는 고등어는 알을 배 살이 적은 데다 기름까지 빠져 푸석푸석해 가장 맛이 떨어집니다. 노르웨이산은 국내산보다 기름이 더 많은데, 그래서 더 맛있단 분들도 계시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산 고등어는 '참고등어'와 '물고등어'(또는 기름고등어) 두 가지로 나뉜다. 박 사장은 "참고등어와 지름고등어(기름고등어의 부산 사투리)는 맛 차이가 거의 없다"고 했다. "물고등어는 참고등어보다 살이 무르고 기름이 더 많아 더 빨리 물러집니다. 과거 냉장·냉동기술이 좋지 않았을 때는 유통과정에서 맛 차이가 확연했죠. 하지만 요즘은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참고등어가 맛이 더 낫다"고 확신했다. 참고등어는 배가 깨끗한 은빛이고, 물고등어는 희미한 반점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생김새는 똑같다. 소매가도 차이가 없다. 등에 표범의 등무늬와 비슷한 얼룩무늬가 있다. 노르웨이산은 등무늬가 얼룩말과 비슷하다.

고등어는 지방이 많아 쉽게 부패해 유통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횟감으로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 일본에선 고등어를 초절임해 초밥에 얹었다. 요즘은 산 고등어를 서울 한복판 횟집 수족관에서도 볼 수 있다. "상한 고등어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이제 할 필요가 없지만, 맛있게 먹으려면 역시 물 좋은 고등어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눈동자가 선명하고 몸에 윤기가 흘러야 싱싱한 것이다. 박순용 사장은 "배를 만져보라"고 했다. "배가 단단하면 선도가 좋은 놈이고, 홍시처럼 몰캉하면 선도가 나쁜 놈이죠. 회나 조림용으론 500g 이상 큰 고등어가 좋고, 500~600g 정도가 구이용으로 맛있어요."

[구이·조림 더 맛있게 하려면…]
구울 땐 기름 두르지 말고, 조릴 땐 간 된 고등어로

고등어 구이와 조림은 흔한 음식이어서 오히려 맛을 내기가 더 어렵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 세 명이 다녀갔다"는 부산공동어시장 구내식당 주인 이희주(73)씨는 "구이로는 물 좋은 고등어를 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프라이팬이 두툼해야 합니다. 뜨겁게 달구고 고등어를 등껍질 쪽부터 먼저 익힙니다. 기름은 두르지 말고, 제 몸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익힙니다." 조림은? 송도수산 박순용 사장은 "간이 된 고등어로 조림을 하면 훨씬 맛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