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꾸는 '건설 코리아'… 138개국에 깃발

베트남 동부 낙후 지역인 빈호아에 사는 팜 반 여우(80)씨는 왼쪽 다리가 없다.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이 설치한 지뢰를 밟았기 때문이다. 전쟁 희생자 위령탑에는 "한국 군인이 베트남에 와서 사람들을 죽였다"라는 말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팜씨는 "이제는 나를 비롯해 주민들이 한국인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와서 우리를 가르쳤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이 근처 중꿔공단에 담수화 플랜트용 부품 공장을 세웠다. 직업훈련을 통해 현지인을 숙련공으로 만들었다. 사회공헌에도 힘을 쏟았다. 인근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교 건물을 고쳐주고, 약 2000명의 현지인을 고용했다.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려면 지역주민의 마음부터 사야 한다는 원칙을 실천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 공장의 노동 생산성은 창원공장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해외에서 돈만 많이 벌어들이는 게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올리는 역할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기업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변화의 선두에는 건설업이 있다. 한국의 해외 건설 사업은 1965년 태국의 고속도로 수주부터 시작됐다. 올해까지 총 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540조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우리 건설 업체가 진출한 국가는 138개국에 달한다.

해외 건설은 최근 불고 있는 제2 중동 붐을 통해서 새롭게 도약하는 중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에 복합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해외 건설 사상 처음으로 설계부터 지분투자, 사후 관리까지 국내 업체가 주관한 프로젝트다. 200만㎡(60만평)의 사막을 공장으로 갈아엎는 대역사다. 쿠라야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은 80명. 이들은 다른 나라 출신 직원 5000명을 지휘한다. 과거 한국인이 하던 단순 작업은 이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중동 해안 지역은 한국 업체들이 웬만한 기반 시설은 다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동 교역의 중심지인 두바이에서는 담수화 설비나 초고층 건물 같은 기반시설 상당수를 한국 기업이 만들었다. 입지가 그만큼 탄탄한 상황이다. 코트라 두바이무역관 홍두영 차장은 "이 영향으로 걸프 연안의 주요 기반 시설을 한국 업체들이 많이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TV조선은 개국 1주년 기념으로 조선일보와 공동 기획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K로드를 가다'를 방송한다. 해외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의 모습을 다룬다. 12월 1일 토요일 오후 6시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