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해 만든 좋은 法… 몰라서 활용 못하면 안되죠"

"싸이의 '강남스타일' 덕에 강남은 세계적 명소가 됐지요. 하지만 장애인 복지는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아직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서울 강남대로변 사무실, 전동 휠체어에 앉은 박은수(56) 변호사는 "요즘도 식당 열에 일곱은 문턱 탓에 돌아 나와야 한다"고 했다.

생후 10개월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이 불편한 1급 장애인인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최소 두 차례 크게 언론을 탔다. 첫째는 '비운의 사법연수생'. 박원순(서울시장)·문재인(대선 후보)씨와 사시·연수원 동기였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법관 임용에서 제외됐다. 언론이 문제 삼으면서 6개월 후 법복을 입었다. 둘째는 '장애인 국회의원'. 2004~2008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지낸 후 민주당 비례대표 2번으로 18대 국회에 등원했다. 장애인연금법, 장애인활동지원법 등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그가 이번에는 장애인을 위한 의미 있는 책을 냈다. '알고 이용하자! 성년후견제도'(나남)라는 제목의 책은 작년 2월 민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성년후견제'에 대한 해설서다. 지적·정신적장애인과 치매인의 입장에서, 또 이들의 후견인 입장에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성년후견제'란 지적·정신적장애인의 재산·신상 관련 의사결정이나 사무처리를 돕는 법적 지원제도. 이 제도 역시 박 변호사가 의원 시절 주도해 만들었다.

"그전까지 민법에 한정치산·금치산자 제도가 있었지만 장애인을 사회에 포용하기보다 위협으로 보고 권리를 박탈하는 제도에 가까웠습니다. 새 법은 본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현존 능력을 최대한 뒷받침해 주는 제도로 전환한 거지요." 임의 후견인제도도 갖춰 건강한 사람도 치매 등을 대비해 미리 후견인(혹은 법인)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입법 과정은 순조로웠다. 여야가 합심했고 법무부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남아 있다. "시행이 내년 7월인데 너무 모르고들 있어요. 제대로 시행되려면 전문후견인 양성 등 국가나 사회가 확충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러려면 국민이 알고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박 변호사는 입법과 집필 과정에서 법무부 구상엽 검사(현재 서울 중앙지검 근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민법은 방대해서 개정이 보통 일이 아닌데 구 검사가 제 일처럼 나서준 덕에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법을 만들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