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매장에도 깔린 바닥재 업계의 명품

유니클로·월마트·에르메스 같은 전 세계 유명 매장에 국내 회사가 만든 바닥재가 깔려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매장에 바닥재를 공급하는 회사가 국내 중소기업 녹수(綠水)다. 푸른 물이란 뜻의 녹수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자고 지은 이름이다.

녹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전체 매출의 80%를 유럽·일본·미국 등으로 수출한다. 1994년 창립 후 18년간 2억5000만㎡의 바닥재를 생산했다. 63빌딩만 한 건물 1500개의 전 층 바닥을 덮고도 남는 양이다.

녹수는 2000년 1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고 올해에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기 침체로 국내·외 건설 자재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달 26일 찾은 충남 예산의 녹수 생산공장에선 사람 몸통만 한 대형 롤들이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꼬들꼬들한 떡과 같은 PVC(폴리염화비닐)가 대형 롤에 눌려 종이처럼 납작하게 펴졌다. 이 물질은 바닥재 표면을 보호하는 코팅재. 다른 한쪽에선 나무결 무늬의 인쇄용지가 롤에 감겨 코팅재와 합체되고 있었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코팅층·보호층·소음방지층·균형층 등 모두 7겹으로 된 바닥재가 만들어졌다.

단순 공정인 듯했지만 여기에 녹수의 성공 비결이 숨어 있다. "경쟁사들이 시트지 형태로 된 반(半)제품을 외부에서 들여와 단순 조립할 때, 우리는 2000년부터 모든 공정을 한 공장에서 처리하는 일괄생산체제 시스템을 갖췄어요. 바닥업체로는 최초였습니다."(고동환 녹수 대표)

이를 통해 코팅층·소음방지층 등 반제품 단계부터 모든 공정을 한 공장에서 다 처리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덕분에 업체들의 각기 다른 요구 조건에 맞춘 제품을 약속된 기한 내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제품 고급화도 한 이유였다. PVC 바닥재는 얼마만큼 오래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보통 0.3~0.5㎜ 두께의 표면보호층이 있는데, 대부분 업체는 원가를 줄이려고 이 두께를 0.1㎜까지 낮췄다. 하지만 녹수는 표면보호층 두께를 최대 1㎜까지 높였다. 고급화로 승부를 건 것이다.

2006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조립형 바닥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녹수의 인기를 높였다. 이장석 이사는 "이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백화점과 고급식당, 박물관 등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현재 친환경 고급 제품은 녹수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해외로 나갈 때 국내 생산을 고집한 것도 경쟁력을 높였다. 장운규 공장장은 "해외공장을 짓자는 거래업체의 제안도 있지만, 생산비가 더 들더라도 국내에서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 판단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재활용품의 품질을 제대로 관리해 바닥재 원료로 쓴 덕분에 환경을 생각하는 유럽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릴 수 있었다.

고동환 대표는 창업자였던 친척 김양수(현 녹수 고문)씨로부터 작년에 회사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와 국내 대기업 임원으로 일한 적인 있는 그는 회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고 대표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신뢰가 가는 제품을 찾는다"며 "현재 미국 디즈니 매장과 유럽 유명 박물관에 우리 제품을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