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이기고 국산 CCTV 대부 되다

"CC(폐쇄회로)TV는 단속용이 아닙니다. 사고 다발 지점에 설치돼 국민 안전을 지켜주죠.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범칙금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의 원망을 가장 많이 받을 것 같은 사람, 국내 무인 교통단속 CCTV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토페스 임철규(56) 대표의 말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4일 임 대표를 일흔한 번째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CCTV 시스템을 국산화해 외화 유출을 줄이고 교통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경력은 국내 CCTV 역사로 통한다. 1977년 국내 최초로 CCTV 시스템을 국산화했고, 1992년 무인 교통단속 CCTV를 처음 개발해 1994년 상용화했다. 무인 교통단속 CCTV에 관한 인증 대부분을 국내 최초로 받았다.

과속·신호위반·버스전용차로 운행 등을 단속하는 CCTV의 40% 정도가 토페스 제품이다. 통행량 정보를 전달하는 CCTV의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구간 단속 시스템도 임 대표가 처음 만든 것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제철소 용광로, 화력발전소 등 산업 현장에도 대부분 그가 만든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 제품들은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온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토페스는 근로자 97명에 연 매출액 160억원의 작은 기업이지만, 2007년 미국에 CCTV를 수출한 이래 남아프리카공화국·아제르바이잔·몽골 등에 진출했다. 임 대표는 몽골의 교통시스템을 구축한 공로로 2010년 몽골 대통령 훈장도 받았다. 작년엔 몽골 국립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 대표는 충북 음성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걷는 것이 불편했지만, 그 때문에 앉아서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조립하는 데 더 흥미를 갖게 됐다. 서울로 이사한 뒤엔 낮에 전파사에서 일하고 밤에 남산공고(현 리라아트고)에서 공부했다.

임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전자학원을 다니면서 라디오·텔레비전 조립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1년 만에 전파사 주인이 됐다"며 "학생이었지만 직접 만든 라디오를 팔아 수입이 선생님의 두 배가 넘었다"고 했다.

하지만 3급 장애를 안고 있어 취업은 어려웠다고 했다. 1974년 겨우 작은 오디오 회사에 취업했다.

CCTV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우연이었다. 생산라인에 설치된 일본제 CCTV를 분해해 보려다 망가뜨린 것이다. "처음엔 근로자들을 감시하는 CCTV가 싫었어요. 그런데 그 일로 사장이 CCTV 개발팀을 만들고 저에게 팀을 맡겼어요. 책임지라는 거였죠. 그렇게 CCTV와 만난 지 36년이 됐네요."

독립해 토페스를 설립한 것은 1984년이다. 그는 "CCTV에 통신기술을 접목해 영상을 자동 전송하는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전 세계 더 많은 도시에 CCTV를 설치해 내년엔 수출 5000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