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조기상환 없애고… 환자용 보험 만들고…

최근 금융 회사들이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상식 파괴형' 상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수익 감소 위기에 직면한 금융 회사들이 신상품을 앞세워 새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상품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특정한 고객의 수요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 많아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우선 눈길을 끄는 상식 파괴형 상품은 조기 상환 기회를 스스로 봉쇄한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이 상품은 3~6개월 단위로 종합주가지수나 특정 종목 지수가 특정 조건에 부합하면 미리 정한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 상품이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수익을 돌려받고 재투자하기 위해 조기 상환되길 원했는데, 최근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ELS의 기대수익률이 계속 떨어지자 투자자 중에 조기 상환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 투자금을 빨리 회수해 봐야 그만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이런 고객층을 겨냥, 1년 내 조기상환 조건을 없앤 주가연계증권(ELS)을 지난달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대신 비슷한 상품보다 더 높은 목표수익률(연 6.8%)을 제시해 고수익에 목마른 은퇴 생활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식 파괴 상품은 보험에도 등장하고 있다. 보통 건강보험은 건강한 사람이 아프기 전에 가입하는 상품인데, 최근 이런 상식을 뒤엎고 '병자(病者) 보험'이란 상품이 나왔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소에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의 '당뇨케어보험'과 AIA생명의 '꼭필요한건강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암(癌)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LIG손해보험)도 등장했다. 이런 보험은 건강한 사람들이 가입하는 상품에 비해 질병 관련 보험료가 1.5~3배 비싸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한 시장에서 보험사들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이 관리 가능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용카드 업계에선 물건을 살 때 1000원 미만 자투리 돈을 깎아주는 카드가 알뜰족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신한 심플카드는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특정 가맹점에서 2만원 이상을 결제할 때 1000원 미만 잔돈을 깎아 준다. 월 10회까지 가능하니 최대 9990원까지 잔돈을 아낄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쏠쏠한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아 두 달 만에 10만명 가까운 회원을 유치했다.

해외 펀드의 경우 선진국 통화는 물론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앤(환 헤지) 펀드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KDB자산운용의 '아시아베스트 하이브리드펀드'는 아시아 4개국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인데, 달러뿐 아니라 현지 통화에 대한 환율 변동 위험에도 대비한다. 인도 주식에 투자할 경우 미 달러가 인도 루피화로 환전돼 투자되는데 원·달러, 달러·루피 환율에 대해 모두 환 헤지를 건다는 것이다. 기존 해외 펀드들은 투자 지역에 상관없이 원·달러 변동 위험에만 대비해서 달러 대비 현지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KDB자산운용 관계자는 "대다수 해외펀드는 비용이 많이 들거나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원·달러 환율 변동 위험에만 대비해 왔다"면서 "하지만 투자 대상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결국 최종 수익을 깎아먹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손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환 헤지 비용은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