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16 14:03

작은 차 전성시대다. 몸집은 작지만 힘도 좋고, 내장도 대형세단에 버금갈 만큼 고급스러운 데다 편의장치까지 뛰어난 '강소(强小) 자동차'들이 세계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열린 파리모터쇼도 뛰어난 퍼포먼스와 함께 경제성까지 갖춘 '강소차'들의 각축장이었다. 소형차 한 모델을 수십여대 전시해 고급 패션상품을 보는 듯한 호화로운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 파리모터쇼 메인전시관인 제1전시관 오른쪽을 모두 차지한 르노는 소형차 클리오(Clio)를 30여대나 전시, 르노 부스를 '클리오 동산'으로 만들었고, 오펠은 신형 소형차 아담(Adam) 10여대로 전시장을 모두 채우기도 했다.

1 르노 클리오, 2 쉐보레 트랙스, 3 푸조 2008 콘셉트, 4 현대 i20 WRC 경주용차, 5 기아 피칸토, 6 폴크스바겐 업
◇소형차로 모든 고객에 대응

소형 SUV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유럽에서도 레저활동에 적합한 SUV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중대형 SUV는 유럽 도심의 좁은 골목길에서 사용하기 불편해 시내에서 타는 소형차와 여가 즐길 때 타는 SUV를 따로 구입하는 가정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유럽 경기가 침체되면서 두 가지 용도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소형 SUV 수요층이 늘기 시작했다.

파리모터쇼에 처음 공개된 아우디 Q2 콘셉트는 준중형·중형·대형 SUV(Q3·Q5·Q7)를 이미 보유한 아우디가 이보다 더 아래 급인 소형 SUV 시장까지 잡기 위해 만든 차로, 2015년 시판 예정이다.

푸조 2008 콘셉트 역시 소형 MPV(SUV와 미니밴 등이 결합된 다목적 차량). 푸조의 소형차인 207을 기반으로 했다.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쉐보레 트랙스도 주목받았다. 소형차 소닉(아베오)을 기반으로 만든 트랙스는 유럽은 물론 한국에도 내년 출시된다. 투싼·스포티지 아래 급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각 회사의 미래 전략을 보여주는 소형차들이 쏟아졌다. BMW의 콤팩트 액티브 투어러 콘셉트는 BMW가 지금까지 고집했던 후륜구동에 얽매이지 않고 연비와 공간 연출력이 좋은 전륜구동을 택한 최초의 BMW 전륜구동차다. 내년에 양산모델이 나온다.

포드의 소형 해치백 피에스타는 1L 터보 직분사 엔진을 얹은 모델이 준중형차와 비슷한 120마력대의 출력을 냈다.

기아차 신형 카렌스는 기존의 국내 카렌스가 2L 엔진을 얹은 것과 달리, 1.6L급 엔진이 주력이다. 국내에서는 옵션으로만 제공하는 '스톱&고(정지 시 공회전 자동 멈춤)' 기능과 저마찰 타이어를 기본 장착해 연비를 크게 개선했다. 현대차는 i20 개조차로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험로 주행대회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경차인 i10과 준중형차인 i30에 이어 i20급 소형차까지 유럽에서 대량으로 팔아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 오펠 아담, 2 스마트 포스타스 콘셉트, 3 아우디 Q2 콘셉트, 4 시트로엥 C1
◇모닝 크기에 내장 수준은 아우디 A8

경차 크기지만 내장 수준은 럭셔리 카 못지않은 차들도 많았다. 피아트 500이나 BMW 미니 같은 복고풍이면서도 트렌디한 소형차를 표방하며 등장한 오펠의 소형차 아담은 화려한 계기판에 흰색 가죽 소재와 검은색 광택 소재로 마감, 마치 아우디 A8의 최고급 내장을 보는 듯했다. 닛산의 소형차 노트는 B세그먼트 최초로 360도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장착하는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다.

르노 클리오는 3기통 0.9L 가솔린엔진을 얹는 극단적 다운사이징을 시도했지만 내장에 블랙 색상의 광택 소재를 많이 넣어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스마트의 포 스타즈 콘셉트는 리어엔진 후륜구동 방식의 2도어 소형차로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비디오 프로젝터가 전면 유리창에 영상을 투사, 간이 드라브 인 시어터를 연출할 수도 있다.

◇한국도 경차·소형차 판매 점점 늘어

한국에서도 소형차 판매가 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1~8월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이상 줄었지만, 같은 기간 경차는 13%, 소형차는 27% 증가했다. 경차는 기아차 레이·모닝, 한국GM 스파크 등 단 3개 차종밖에 없지만, 5개사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점유율이 3.3%포인트나 상승했다. 소형차에서도 디젤엔진 모델을 추가한 현대차 엑센트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나 판매가 늘어났다. 모델이 더 늘어나고 상품성만 높이면 국내 시장에서 경차·소형차 판매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수입차도 소형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배기량 2L 미만의 비율은 2004년 15.5%, 2009년 30.5%, 2011년 42.2%에서 올해(1~9월)에는 48.9%까지 급증했다. 유럽차 수입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2014년 이후에는 유럽 소형차의 국내 판매가 늘어 이 같은 소형화 추세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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