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반짝이는 건 재미없다… 난 선율을 디자인"

"실패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의 보석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독특한 가구나 건축, 혁신적인 무용과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을 원했다. 처음엔 다들 옆에서 걱정했다. 결과가 좋았으니 다행이다(웃음)."

'에이치 스턴(H. Stern)'은 브라질에서 출발한 세계 10대 최고급 보석 회사다. 쇼메·반 클리프 아펠 등과 겨루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다. 세계 30여개 나라에 280개 매장을 거느린 회사로, 앤젤리나 졸리·사라 제시카 파커·시에나 밀러·캐머런 디아즈 같은 톱스타들도 이 회사의 VIP 고객이라고 한다.

'에이치 스턴'이 최근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단독 매장을 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 회사의 오너 겸 CEO 로베르토 스턴(Stern·사진)이 지난달 말 서울에 왔다.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근처에서 만난 그는 "많은 명품 회사가 아시아에 진출할 때 중국에 먼저 매장을 내지만, 우린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서울에 더 끌렸다"고 했다.

'에이치 스턴'의 시작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에서 태어나 브라질로 이주한 로베르토 스턴의 아버지 한스 스턴(1922~2007)이 리우데자네이루에 첫 가게를 냈다. 스턴은 "아버지는 한쪽 눈을 실명했지만, 누구보다 색감과 형태에 예민했다. 당시엔 보석 브랜드에서 잘 쓰지 않던 아쿠아마린·자수정·토파즈 같은 유색 원석을 발굴, 처음으로 디자인에 적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1995년 로베르토 스턴은 회사를 물려받자마자 "실험을 시작했다"고 했다. "보석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남들과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욕심은 누구보다 컸다. 가구 디자이너 캄파냐 형제, 브라질의 최고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 등과 손잡고 컬렉션을 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2010년엔 브라질의 현대 무용단 '그루포 코포(Grupo Corpo)'의 춤에 영감을 받아 새 컬렉션을 내기도 했다. 스턴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나 아름다운 원석을 그저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음악의 선율이나 무용단의 몸짓을 보석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스턴은 "보석을 고를 때 반짝임이나 원석의 크기에만 끌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눈으로만 보지 말고 반드시 걸쳐 보세요. 아무리 호화로운 보석이라도 몸에 걸쳤을 때 불편하면 결국 모셔만 놓게 되죠. 보석의 진짜 가치는 원석의 무게가 아닌, 그걸 착용한 사람과의 완벽한 조화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