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3000여개 기업, 아동 1만명 '가족'이 되다

1977년 8월 10일 경기 부천시에 있는 보육원 새소망의집에 아홉 살 이재곤 어린이가 들어왔다. 형편이 어려워 하루 한 끼 먹기도 힘든 집 아이였다. 재곤이는 다섯 살 때 보육원에 왔고, 이후 가족과 인연이 끊겼다. 재곤이는 보육원과 아동 보호소를 전전하며 구걸도 하고 훔치기도 했지만 새소망의집에 들어온 뒤 성실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됐다. 결연 후원자라는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결연 후원을 받은 재곤이는 대학·대학원을 나오고 어엿한 아들 둘을 둔 가장이 됐다. 그는 작년에 사회복지사가 돼서 자기 둥지인 새소망의집에 돌아왔다. 그는 "부천상의가 고아나 마찬가지였던 나에게 가족을 만들어 줬다"며 "그때 후원자들이 없었으면 나는 물론이고 새소망의집 아이들 모두에게 꿈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77년부터 36년째 관내 기업체와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도와 온 부천상의의 결연 어린이가 드디어 1만명을 넘어 총 1만156명이 됐다. 부천상의는 1988년부터 소년소녀가장 1005명에게, 2003년부터 독거노인 271명에게도 새 인연을 맺어줬다. 초대 부천상의 회장이었던 고 홍병희 회장이 외국의 어린이 돕기 사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결연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결연 운동에는 부천에 기반을 둔 기업 3421개가 참가한다. 기업체는 시설 어린이 1명당 월 1만5000원,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에게는 1명당 월 3만원씩 1년을 후원한다. 이를 통해 지난 36년간 어린이들에게 17억5000만원이 전달됐다. 올해는 138개 기업체가 총 452명과 후원 결연했다.

경기(景氣)가 안 좋을수록 후원은 뜨거워진다. 부천상의 여성국 국장은 "후원자가 기업인이어서 경기에 민감하다"며 "기업이 어려우면 서민들은 얼마나 힘들지 잘 알기 때문에 더 많이 참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를 부천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해도 결연은 끊기지 않는다. 가장 오래된 후원자인 태양연마는 1988년에 안산시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지금도 후원을 계속한다. 태양연마는 현재 58명의 아이와 결연해 매해 후원금 1044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태양연마 신원식 회장은 지난 10월 새소망의집에 방문했다가 자신이 30년 전에 사준 낡은 세탁기를 보고는 신형 세탁기로 바꾸라고 700만원을 선뜻 내줬다.

대진산업 조칠규 대표는 3년 전부터 결연에 동참했다. 조 대표는 작년 결연식 때 2시간이 걸려 자신의 결연 아동 김나래(7·가명)양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고민하다 결국 귀 덮는 털모자를 샀지요. 모자를 주니까 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올해는 빨간색 코트를 사 주려고요." 여 국장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인연을 맺어주는 일은 부천상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