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기막히게 맞히던 구리값이 올랐다

'구리 박사(Dr. Copper)'가 귀환하는가?

세계 경기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국제 구리 가격이 다시 꿈틀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구리 3개월 선물(先物)은 t당 803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3일 이후 줄곧 t당 80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8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10월 19일 이후 6주 만이다.

국제 구리 가격은 경기에 선행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국제금융 시장에선 '구리 박사(Dr. Copp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경제학 박사처럼 경제 움직임을 미리 알아챈다는 것이다. 구리는 기반시설, 전선, 가전제품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기업들이 경기를 좋게 보고 구리를 사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구리 가격의 상승세는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5로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을 넘긴 영향이 크다. 세계 구리 수요의 40%는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국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일 것 같으면 구리 가격은 앞서서 뛰곤 한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1월 중국의 제조업 지수가 나아진 데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지지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호재(好材)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 상승은 서울 증시에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전지원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구리 가격과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는 0.9 정도여서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며 "구리 가격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매 동향보다 선행하기 때문에 최근의 가격 상승은 주목할 만한 신호"라고 말했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도 늘어나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경기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고, 특히 구리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리 가격 상승이 반드시 경기 회복이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의 경우 중국 경제가 감속하는 와중에도 국제 구리 가격은 t당 8000달러 이상에서 움직이기도 했다. 당시 자금난에 몰린 중국 기업들이 구리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 구리 사재기를 하면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구리의 상승세와는 달리, 경기가 나빠지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가격이 오르는 국제 금값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은 11월 26일 온스당 1750.2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7일 뉴욕시장에서는 온스당 1704달러를 기록했다.

내년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1940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온스당 1800달러로 전망치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