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아닌 가치를 판다… 車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

자동차 브랜드 마케팅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업체 간 기술 격차도 상당 폭 줄어들면서 브랜드 자체가 갖는 이미지를 강화해야 위기가 닥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자동차의 성능과 디자인을 주로 홍보하던 업체들도 이제 다양한 콘셉트의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마케팅전략실장을 지냈던 한남대 남명현 교수(경영학)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설비 확충이나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느라 브랜드와 같은 무형(無形)자산의 관리가 소홀했다"면서 "일찍부터 브랜드의 역사와 스토리를 함께 키워 온 구미 업체의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브랜드 가치, 아우디 추월

뛰어난 자동차 회사는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만으로도 수십조원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 지난 10월 글로벌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사(社)'가 발표한 '2012년 글로벌 톱 100 브랜드'를 살펴보면, 도요타·벤츠·BMW·혼다·폴크스바겐이 자동차 부문 1~5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의 브랜드 가치는 303억달러(약 33조원)였다.

현대차는 브랜드가치 75억달러(약 8조원)로 7위에 올라, 아우디(8위)를 처음으로 제쳤다. 현대차의 브랜드 순위가 아우디보다 높게 평가된 것은 그만큼 현대차에 대한 글로벌 고객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가 아우디보다 신흥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에 고루 판매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뛰어난 브랜드 마케팅, 판매 높여

2002~2005년 혼다 영국법인이 전개한 기업 캠페인은 브랜드 마케팅이 판매를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1970년대에 영국에 진출한 혼다는 30년이 지나도록 '혼다'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2005년 '불가능한 꿈(impossible dream)'이라는 TV 광고를 통해 혼다는 자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영국인들에게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광고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의 '불가능한 꿈'이라는 노래가 흐르면서, 한 남자가 혼다를 상징하는 흰색 작업복과 흰색 헬멧을 착용하고 혼다 미니모터사이클을 타고 길을 나서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광고는 혼다가 모터사이클에서 시작해 자동차·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에게 더 멋진 탈것을 제공하기 위해 불가능한 꿈을 실현해 왔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캠페인 이후 혼다의 영국 내 브랜드 인지도, 구매 의향, 전시장 방문자 수 등이 모두 증가했다. 2002년 이후 판매 대수·점유율도 계속 상승했다.

2005년 아우디가 자사 고유의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 탄생25주년을 기념하면서 아우디 A6 4.2 콰트로 모델이 37.5도 급경사의 눈 덮인 스키 점프대를 올라가는 광고를 내보낸 것도 유명하다. 복잡한 기술적 설명을 하지 않으면서도 우수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브랜드 슬로건, 강렬하고 단순하게

자동차 회사의 핵심 가치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집약된다. 대중차 브랜드인 도요타를 제외하면, 브랜드 슬로건이 명확한 회사일수록 해당 회사의 인지도가 대부분 높다.

BMW의 'Ultimate driving machine(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 대표적.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최고의 회사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운전의 즐거움(Freude am Fahren)'이라는 독일어 슬로건도 BMW의 정체성을 잘 말해준다.

폴크스바겐의 'Das Auto(The car의 독일어)'도 차량 기본기가 뛰어난 진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간결하게 전달해준다. 혼다의 'The power of dreams(꿈의 힘)'도 혼다 창업자 소이치로의 정신을 잘 표현한다. 볼보의 'Volvo for life(생명을 위한 볼보)' 역시 볼보의 안전 철학을 집약하고 있다.

현대차는 'Drive your way'라는 기존 슬로건을 작년부터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생각, 새로운 기회)'로 바꿨다. 기아차는 'The power to surprise(세상을 놀라게 하는 힘)'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