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좁다"… 茶·알로에음료로 세계 입맛 잡아

경기도 포천에 있는 꽃샘식품은 유자차·대추차·생강차 같은 전통 다류(茶類)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1등 업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상품도 꽃샘식품이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납품한 것이 수두룩하다.

꽃샘식품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2008년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중소기업으로선 큰돈인 250억원을 들여 현대식 위생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해외에서 '한국산(産) 건강차'로 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중국·일본·대만을 비롯해 멀리 프랑스까지 21개국으로 수출 대상국을 늘렸다.

농·축산 관련 중소기업도 내수시장의 우물 안에서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분야를 선점하거나, 치밀한 현지 전략을 짜서 해외에서 알아주는 강소(强小)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프랑스 입맛 사로잡은 토종 꿀유자차

꽃샘식품은 한류 열풍을 타고 먼저 일본 시장에 도전했다. 일본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뒤 대만과 홍콩으로 거래처를 넓혔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 시장에 진출하는 식으로 단계별 전략을 썼다.

프랑스 사람들의 입맛 잡기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이상갑(63) 대표는 "동양과 달리 서양에선 유자차 같은 전통차를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설탕량을 30% 줄이는 대신, 향이 좋은 꿀을 더 첨가한 제품을 내놓자 드디어 현지인들에게서 반응이 왔다. 지난 1년간 해외로 수출한 물량은 635만달러(69억원)어치. 전년보다 92%나 증가했다.

이 대표는 "올해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30% 수준인데, 건강차·미용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群)을 늘려 조만간 수출 물량이 50%를 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7270㎡ 규모의 현대식 대형 생산설비를 갖추고 전문 연구소도 설립했다.

◇세계 알로에 음료 시장 70% 장악

OKF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세계 알로에 음료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세계 1등 기업이기 때문. 미국 코스트코·월마트 같은 대형마트에 가면 OKF가 납품한 '알로에 베라 킹'이라는 음료가 진열돼 있다.

이 회사는 베트남·태국·멕시코 등지에 있는 농장에서 알로에를 키운 뒤 국내 공장에서 가공해 수출하고 있다. 이연한(61) 대표는 "세계적으로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매년 50회 이상 해외 전시회와 상품설명회를 쫓아다니는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최근엔 카리브해 지역과 러시아 등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현재 세계 150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바라본다.

◇버려진 오리털 모아 연 2500만달러 수출

국내에 기업형 오리 사육회사는 15개에 달한다. 대개 오리고기를 얻는 데만 집중할 뿐 고기를 얻기 위해 뽑는 오리털에는 무관심하다. 정다운은 여기에 주목했다. 오리농장에서 버려지는 오리털을 모아 씻고 건조해 해외 대형 의류업체에 원재료를 납품해 대박이 났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갭(GAP) 점퍼 등 의류에 바로 정다운이 가공한 오리털이 들어간다. 연간 오리털 원재료 수출물량은 연 6000t. 개별기업 물량으로는 세계 1위다. 지난 1년간 수출액이 2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9% 늘어났다.

한국무역협회 장호근 해외마케팅지원본부장은 "농·축산 가공제품은 국가 간 관세 장벽이 높고 안전 규제도 까다롭지만, 한번 수출 길을 트면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