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00인에게 물었더니… "연극은 '과부들', 배우는 정성화가 최고"

2012년 공연계는 과부들과 초록 마녀의 해였다.

본지가 연극·뮤지컬계 전문가 100인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연극 '과부들'과 뮤지컬 '위키드'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각각 '올해의 연극'과 '올해의 뮤지컬'로 뽑혔다. 100인 추천은 완성도나 미학적 성과는 물론, 흥행성, 기획력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했다. 2011년 12월 1일~2012년 11월 30일까지 서울에서 공연한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연극·뮤지컬 각 50명이 1인당 두 작품, 남녀 배우 1명씩을 추천했다.

극단 백수광부가 제작한 '과부들'(연출 이성열)은 22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1970년 칠레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성이 모두 어디론가 끌려간 마을에 남은 여성들의 투쟁과 진실을 파헤친 '과부들'은 "올해 연극계 가장 큰 수확"(이규석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라는 평가였다.

'과부들'은 민간 극단인 백수광부가 과감하게 제작에 나서 높은 성취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히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연말 본지의 전문가 설문에서는 국립극단의 '오이디푸스'와 명동예술극장의 '우어 파우스트' 등 공공제작극장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민간 극단의 행보가 위축된 환경에서, 예술인이 자생할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연출가 서재형)는 의미도 있었다. 원작의 힘도 강했다. "원작자 아리엘 도르프만의 시적인 대사가 3시간짜리 작품을 다시 보고싶게 했다."(플래너코리아 박민희)는 평도 있었다.

'위키드'는 27표를 얻어 경쟁작을 찾기 어려운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의 지평을 넓힌 획기적인 작품"(원종원 순천향대 교수)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연극배우로는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부부로 열연한 이호재씨(15표)와 예수정씨(9표)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호재씨는 "그야말로 최고의 배우라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연출가 김광보), "뛰어난 발성으로 복합적인 측면을 드러내야 하는 역할을 탁월하게 표현했다"(연출가 이성열)는 의견이었다. 뒤를 이어 '목란언니', '햄릿6'에 출연한 윤상화씨(7표)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에너지가 놀라운 배우"(연출가 박정희)라는 찬사를 받았다.

연극 여배우 부문이 가장 열띤 경쟁이었다. 예수정씨의 뒤를 이어 '헤다 가블러'의 이혜영씨(8표)를 꼽은 이들도 많았다. 13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이혜영씨가 주연한 '헤다 가블러'는 올해 명동예술극장 최고의 인기 공연이었다. 김윤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국내외 헤다 가블러 공연을 여러 편 봤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헤다였다"고 말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김소희씨도 꼽혔다.

뮤지컬 배우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정성화의 독주(30표)였다. '라카지'에서 게이 여가수로 열연을 보여준 그를 두고 "이런 배우가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최고의 배우로 뽑지 않을 수 없다"(연출가 윤호진) 등 극찬이 이어졌다.

뮤지컬 여배우는 '엘리자벳'의 옥주현(21표)이 뽑혔다.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진짜 배우가 됐다"(인터파크 이종규 본부장), "엘리자벳이 뮤지컬 배우 옥주현을 완성시켰다"(연출가 왕용범)는 평가였다.

[설문 응답해주신 분들]

■설문 참여해주신 100인(가나다순)

강석란 고선웅 고희경 구자흥 구히서 권영빈 권혜미 김광보 김명화 김문정 김미혜 김민홍 김방옥 김병석 김선미 김성녀 김성희 김양선 김영욱 김옥란 김용제 김윤철 김은미 김은성 김주연 김지훈 김창기 김철리 김희철 모철민 문미호 박계배 박근형 박명성 박인희 박민희 박병성 박용호 박인배 박인희 박정자 박정희 박진경 방원식 변희석 부새롬 서재형 설도권 설도윤 손상원 손숙 손진책 송승환 송한샘 신춘수 심재찬 안호상 양정웅 엄홍현 여신동 오동식 오미영 오정학 왕용범 원종원 유민영 유인택 윤광진 윤대성 윤중강 윤호진 이규석 이병훈 이성열 이수진 이유리 이종규 이종덕 이지나 이지혜 이한승 이혁찬 이현일 인형근 임수연 임영웅 정대경 정혜진 조용신 조행덕 조형준 지혜원 최용석 최용훈 최진아 최치림 한진섭 한태숙 허순자 허지혜

■소속기관(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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