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 전환사채 발행 무산… 부도 가능성 커져

30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한 최후 수단이던 전환사채(CB) 발행이 끝내 무산되면서 극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디폴트(부도)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12일 주주 배정 방식으로 2500억원 규모의 CB 청약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30개 출자사 대부분이 청약 불참 의사를 밝혀 CB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청약은 코레일(지분 25.0%), 롯데관광개발(15.1%), KB자산운용(10.0%), 푸르덴셜(7.7%), 삼성물산 (6.4%) 등 주주사에 지분율대로 배정됐다. 코레일은 관련 예산을 배정해 놓은 상태이고, 롯데관광개발도 자금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둘 다 결국 청약에 나서지 않았다.

CB 발행이 실패하면서 드림허브의 디폴트 위기도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오는 17일 토지 대금 마련을 위해 발행했던 ABS(자산유동화채권) 이자와 종합부동산세 등 190억여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자금이 거의 고갈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이달 금융 이자까지는 막을 수 있어 당장 부도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을 제외한 나머지 출자사들은 "자금력이 없다"며 추가적인 자본 투자를 꺼리고 있다.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출자사 간 내분이다. 1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9월 이후 3개월 가까이 사업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 인수 분쟁을 벌이고 있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보유한 지분 중 45.1%를 넘겨받아 이번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측은 "현재 사업 구조로는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면서 "경영권 인수 후 사업계획을 현실에 맞게 다시 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관광개발 등 일부 민간 출자사들은 "이제 와서 사업계획을 바꾸면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수익성을 맞출 수가 없다"고 반박한다.

1·2대 주주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업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업자금을 댈 수 있는 기업은 코레일밖에 없다. 그러나 코레일은 경영권 인수를 조건으로 CB 발행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레일은 CB 발행이 이뤄지면 지난해 매입하기로 약속했던 랜드마크빌딩의 2차 계약금 4160억원도 지급할 계획이다. CB 발행 대금 2500억원과 계약금을 합친 6600여억원만 들어오면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착공 때까지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드림허브는 향후 개최될 이사회에서 출자사와 외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방식의 CB 발행을 포함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허브 측은 "주주 배정 CB 발행은 어려워졌지만 출자사들 사이에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라며 "이사회를 이른 시일 안에 열겠다"고 말했다.

최근의 부동산 경기 악화도 사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3.3㎡당 3000만~4000만원대의 고급 아파트(3000여 가구)를 팔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분양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는 4조원이 넘는 코레일의 부채 해소와 서부이촌동 주민에 대한 보상 문제가 얽혀 있어 사업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들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땅 56만6800㎡를 재개발하는 사업. 111층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쇼핑몰·호텔·백화점·아파트 등 60여개 동(棟)을 짓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31조원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