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정부가 왜 외환시장에 개입하나요?

정부, 외환시장 구두 개입하자 환율 수직 상승 〈조선일보 2012년 11월 23일자 B2면〉

22일 오전 9시 50분 과천 기획재정부 기자실. 외환시장을 담당하는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최근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판단하고 공식적으로 구두(口頭) 개입에 나선 것. 같은 시각 기자회견장 한편의 환율 모니터에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그래프가 파란색(전날보다 하락) 궤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연일 하락하자 외환당국이 급격한 원화 가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보통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환율도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데, 왜 정부가 개입하는 걸까요? 또 정부의 시장 개입은 어느 선까지 용인될 수 있는 걸까요?

오늘은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왜 하는지, 또한 외환시장 개입이 진행되면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부가 왜 외환시장에 개입하나요?

환율은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가격(price)의 하나입니다. 환율의 변화는 물가 수준과 국부(國富)의 가치, 무역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환율은 치열한 국제 수출 전쟁에서 중요한 무기 중 하나인데, 자국 통화가치가 낮아질수록 수출에는 유리해집니다. 중국의 경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통화인 위안화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유지하는 '환율 조작국'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이따금씩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결정에 관여합니다. 물론 외환시장이 어떤 특정한 이유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지요. 외환시장 개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합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급등하자 화폐를 찍어 유로화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끌어내렸습니다. 2004년 이후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했던 일본도 2010년 3분기 이후 엔화 강세 저지를 위해 다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걸까요? 하루 환율 변동 폭이 매우 커진다거나 시장의 불안심리가 지속하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입니다. 또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한쪽 방향(하락)으로 움직여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때 개입하기도 합니다. 전자의 경우 환율의 추세적인 흐름을 바꾸기보다는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차원의 시장 개입을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이라고 부릅니다. IMF(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 기구도 이런 차원의 시장 개입은 용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외환시장 개입은 누가, 어떻게 하나요?

외환시장 개입은 정부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담당합니다. 보통 두 기관을 통틀어 '외환 당국'이라고 부르는데, 실질적인 시장 개입 업무는 주로 한국은행이 맡습니다.

외환시장 개입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외환 당국자가 말로 엄포를 놓는 '구두(口頭) 개입'입니다.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이 심하다"거나 "투기세력의 외환시장 교란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형식을 취합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외환 당국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구두 개입만으로도 환율 움직임이 바뀔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말로 통하지 않으면 외환 당국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대량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매매 개입'을 하게 됩니다. 외환 당국의 실제 시장 개입 주문은 외환을 취급하는 은행을 통해 처리하는데, 해당 은행의 외환 거래량이나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있었구나' 하고 추정하게 됩니다.

외환 당국이 매매 개입을 할 경우 그 구체적인 방법에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특정 가격(환율)에 대규모 매수나 매도 주문을 쌓아 둠으로써 특정 가격선을 사수하는 '알박기' 개입이 있는가 하면, 외환 파생상품(선물환 거래 등) 시장에서 투기 세력과 정반대 방향으로 베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환 당국은 시장 개입을 하더라도 공개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자료는 대부분 국가에서 '일급비밀'로 다루며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한 증권사 포럼에서 전임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외환시장 개입의 효과는 무엇이고 부작용은 없나요?

외환시장 개입의 효과는 시장 참여자들이 외환 당국을 얼마나 무서워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외환 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고 공포감이 클수록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정책 의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입의 효과가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외환시장 개입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환율을 올리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를 매수할 경우 이를 원화로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분량에 해당하는 원화가 시장에 더 풀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렇게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 인상 같은 후유증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에선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통화량 변동을 즉시 상쇄시키는 조치를 취하는데, 이를 '불태화 개입(sterillized interven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이라는 채권을 발행해 시중에 매각함으로써 외환시장 개입으로 늘어난 통화량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이 채권 발행액에 대해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새로 생기게 됩니다.

또 수출을 늘린다는 목적으로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펼칠 경우 수출기업은 득을 보는 반면 수입 물가가 올라 수입업체와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환율이란 양날의 칼입니다. 어느 한쪽에 빛이 있으면 다른 한쪽에선 어둠이 깃든다는 얘깁니다.

비정상적인 환율이 지속되면 국가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됩니다. 따라서 변동 폭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현물환·선물환 거래

외환 거래 당사자들이 외환을 언제 주고받느냐에 따라 구분되는 거래 방식입니다. 현물환 거래는 매매 계약과 동시에 또는 2영업일 이내에 외환을 주고받는 거래를 말합니다. 선물환 거래는 거래 당사자끼리 2영업일 이후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환을 거래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선물환 거래에서 적용되는 미래의 거래 시점은 대개 1주일에서 6개월 사이가 많습니다. 선물환 거래는 달러 등 외화를 결제 대금으로 사용하는 수출입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미래의 환(換)위험을 줄이기 위해 많이 사용합니다.

◆퀴즈

환율 급등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취하는 외환시장 개입 가운데, 당국의 견해와 의지만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라고 말합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2월 19일(수) 오후 5시 마감, 12월 21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회 정답 : 건전성〉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강신홍 권미경 권영숙 김민규 김성도 김훈한 노진호 류승엽 박주형 송미정 신선아 신지웅 안재수 양일민 오영석 윤진영 이규순 이덕숙 이득표 이영화 이우순 조승구 조인숙 최용석 황명순)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