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116명이 5000원씩… 장학금 만들다

대구대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은 매일 아침 7시 30분 출근해 건물 안팎을 청소한 뒤 오후 4시 30분 퇴근하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이렇게 하면 최저생계비를 겨우 웃도는 기본급을 매월 95만원 받는다.

다른 가족이 돕지 않으면 빠듯한 수입이다. 이처럼 넉넉지 않은 살림의 대구대 환경미화원 116명이 등록금 마련에 애태우는 대학생들을 위해 400만원이라는 장학금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14일 대구대 학생 4명에게 100만원씩을 전달했다.

장학금 모금은 이 학교에서 10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김경순(62)씨에게서 시작됐다. 김씨는 대구대 시설관리지회 지회장도 맡고 있다. 올 2월부터 교내 환경미화원들끼리 자기들이 일하는 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모으자는 구상을 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로부터 많지 않은 수입이지만 돈을 벌고 있는데, 등록금을 못 내 고민하는 학생이 너무 많은 것을 보니 속으로 안됐다 싶었어요. 저 역시 내 아이들 등록금 대느라 고생했으니까요."

그러나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할까 말까 몇 달째 망설였다. 혹시나 "우리 수입이 얼마나 된다고 그런 일을 하느냐"는 반대 의견이 나올까 해서다. 속앓이하다 마침내 동료인 윤길자(64)씨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거 참 좋은 일이다"는 반가운 답변이 돌아왔고, 내친김에 전체 지회 회원 116명에게 이런 뜻을 전했다. 일부 반대를 예상했지만, 모두 찬성해 김씨도 놀랐다고 한다. 이후 일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대구대 환경미화원 116명은 올 6월부터 매월 5000원씩 월급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모아 나갔다. 이렇게 해서 11월 말까지 여섯 달 동안 모은 돈은 348만원. 당초 목표했던 400만원에 조금 못 미쳤다. 모자라는 돈은 노조비에서 채워 400만원을 만들었다. 이렇게 모은 소중한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하면서도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4명에게 돌아갔다.

환경미화원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받은 몫의 일부라도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대부분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고생해본 경험이 있다. 지회장 김경순씨는 "아이 5명을 대학 보내려고 그 어떤 힘든 일도 가리지 않고 해봤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그랬기 때문에 등록금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 심정을 잘 안다"고 했다. 딸만 셋이 있다는 허영애(46)씨는 큰딸이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앞으로 두 딸이 대학에 다녀야 한다. 남편과 남의 땅을 빌려 작은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과 학교 덕분에 이 일자리도 있는 것 아니냐"며 "받은 걸 되돌려 주는 차원에서 장학금 모금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받은 대구대 이정주(22·화학공학과 2학년)씨는 "어려운 형편들이신데도 장학금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린다. 그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직하게 벌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대 홍덕률 총장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모아 주신 장학금이어서 더욱 감격했다. 이런 일이 모든 사람에게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대와 이웃한 경일대 환경미화원 34명도 올 3월부터 장학금을 모아 최근 200만원을 학생 4명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