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무제한 찍어라" 아베노믹스, 한국 수출 찌르나
입력 : 2012.12.18 03:04
日아베 등장하자 엔화 가치 급락… 장중 1달러 84.48엔
20개월만에 최저… 닛케이지수는 8개월만에 최고
윤전기 돌려라, 돈을 살포하라 - 엔화 풀어 수출 늘리는 전략
달러 대비 환율 1엔 오를 때 도요타 이익 400억엔씩 늘어
우리 기업들, 엔低 원高 우려 - 수출기업 41% "경쟁력 약화"
100엔당 원화 10% 내려가면 자동차 수출액은 12% 감소
일본 내부에서 경고 목소리 - "선거 앞둔 정치적 구호일 뿐… 국가 부도 상황 앞당길수도"
16일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차기 총리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의 주가가 급등하고 엔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원화는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저(低) 원고(高)' 현상이 추세적으로 이어질까봐 우리 수출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날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0.9% 오른 9828로 마감, 8개월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84.48엔에 거래됐다. 엔화가치가 20개월만에 가장 낮아진 것이다.
이날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0.9% 오른 9828로 마감, 8개월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84.48엔에 거래됐다. 엔화가치가 20개월만에 가장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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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경제정책의 핵심은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엔고(円高) 탈출을 위해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기간 중 아베는 현재 1%인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3%로 높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200조엔의 토목공사, 일본은행의 건설 국채 무제한 매입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엔 약세, 한국 수출 악재 될 수도
이렇게 하면 엔화가 시중에 대량으로 풀려 엔화 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아베가 제시한 환율 목표는 달러당 90엔. 한 달 전부터 자민당 압승 가능성이 제기돼 '아베노믹스'의 기대감으로 79엔대에서 움직이던 것이 최근 83엔대로 올라 엔화 가치가 5% 가까이 떨어졌다. 코트라는 일본 주요 연구소들의 분석을 인용해서 내년 말이면 달러당 9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 증시가 한 달 전에 비해 10% 이상 급등했는데,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원인의 하나이다. 일본의 대표적 수출기업인 도요타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400억엔씩 늘어난다.
반면 원화는 엔화와 거꾸로 움직였다. 달러 대비 가치가 오히려 오른 것이다. 그 결과 엔화 대비 원화 가치도 치솟았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9월 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1420원대에서 움직이던 것이 17일 1276.2원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이 12%쯤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우리 수출업체 78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1%가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선이던 2007년보다 여전히 70% 정도 높은 상황이어서 우리 기업들이 엔화 약세를 감당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용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도
아베의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베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1%에서 2%로 끌어올리고 무제한 양적 완화를 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이는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사로 봐야 한다"며 "아베가 양적 완화를 주문해도 일본은행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적 완화를 통해 디플레에서 탈출하고 화폐가치를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과거 정부는 왜 안 했겠나"라면서 "최근 유럽이 양적 완화를 했지만 유로화는 오히려 강세로 가고 있다. 양적 완화라는 단일의 요인만 갖고 환율 변동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아베노믹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제한이 없는 통화 공급은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국채 금리 폭등, 국채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일본에서 토목공사를 위해 엄청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국가 부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3% 물가상승률 목표나 무제한 금융 완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한 건설국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건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절대 도입해서는 안 되는 정책으로 충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은 고령화로 생긴 내수시장 축소, 일본 자동차와 전자업체의 과당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면이 크다. 그 때문에 이민 확대나 과당 경쟁 해소 같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선행하지 않는 경기 부양책은 오히려 일본 경제를 더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자민당이 약속한 경기 부양책들은 재정 악화와 국채금리 상승 가능성 등 예상 가능한 부작용으로 인해서 대대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은 작다"며 "엔화 약세 추세는 있겠지만 급격한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엔 약세, 한국 수출 악재 될 수도
이렇게 하면 엔화가 시중에 대량으로 풀려 엔화 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아베가 제시한 환율 목표는 달러당 90엔. 한 달 전부터 자민당 압승 가능성이 제기돼 '아베노믹스'의 기대감으로 79엔대에서 움직이던 것이 최근 83엔대로 올라 엔화 가치가 5% 가까이 떨어졌다. 코트라는 일본 주요 연구소들의 분석을 인용해서 내년 말이면 달러당 9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 증시가 한 달 전에 비해 10% 이상 급등했는데,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원인의 하나이다. 일본의 대표적 수출기업인 도요타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400억엔씩 늘어난다.
반면 원화는 엔화와 거꾸로 움직였다. 달러 대비 가치가 오히려 오른 것이다. 그 결과 엔화 대비 원화 가치도 치솟았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9월 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1420원대에서 움직이던 것이 17일 1276.2원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이 12%쯤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우리 수출업체 78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1%가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선이던 2007년보다 여전히 70% 정도 높은 상황이어서 우리 기업들이 엔화 약세를 감당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용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도
아베의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베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1%에서 2%로 끌어올리고 무제한 양적 완화를 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이는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사로 봐야 한다"며 "아베가 양적 완화를 주문해도 일본은행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적 완화를 통해 디플레에서 탈출하고 화폐가치를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과거 정부는 왜 안 했겠나"라면서 "최근 유럽이 양적 완화를 했지만 유로화는 오히려 강세로 가고 있다. 양적 완화라는 단일의 요인만 갖고 환율 변동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아베노믹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제한이 없는 통화 공급은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국채 금리 폭등, 국채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일본에서 토목공사를 위해 엄청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국가 부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3% 물가상승률 목표나 무제한 금융 완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한 건설국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건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절대 도입해서는 안 되는 정책으로 충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은 고령화로 생긴 내수시장 축소, 일본 자동차와 전자업체의 과당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면이 크다. 그 때문에 이민 확대나 과당 경쟁 해소 같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선행하지 않는 경기 부양책은 오히려 일본 경제를 더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자민당이 약속한 경기 부양책들은 재정 악화와 국채금리 상승 가능성 등 예상 가능한 부작용으로 인해서 대대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은 작다"며 "엔화 약세 추세는 있겠지만 급격한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