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초 株價상승… 내년 大選랠리 기대

18대 대선의 승자가 가려졌다. 5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이지만, 증시에선 어김없이 집권 초반 랠리(주가의 지속적인 상승)를 기대하곤 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 다섯 번에서 신정부가 출범한 뒤 2년까지는 단 한 차례만 빼고는 어김없이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이명박 정부의 1년차가 유일한 예외인데, 이 역시 2년차 때는 주가가 반등했다.

신정부 출범 후엔 특히 2년차에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17대 정부의 집권 연차별 평균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년차(27.7%)와 2년차(32.4%)는 매우 높지만, 3년차(-2.5%)와 4년차(-1.6%)에는 주가가 하락했고 5년차엔 0.2% 상승했다. '용두사미(龍頭蛇尾)' 형태이다.

집권 2년차의 1년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IMF 구제금융 신청 직후인 김대중 정부 때 82.8%로 가장 높았고 이명박 정부(49.7%), 김영삼 정부(18.6%), 노무현 정부(10.5%), 노태우 정부(0.3%) 순이었다. 집권 1년차는 글로벌 위기로 주가가 40.7%나 떨어진 이명박 정부를 제외하고는 노태우 정부(72.8%), 김대중 정부(49.5%), 노무현 정부(29.2%), 김영삼 정부(27.7%) 순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집권 3년차(54.0%)와 5년차(32.3%)에도 주가 상승률이 예외적으로 높았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호황의 정점으로 치달았던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대통령 집권 1~2년차에 주가가 오르고, 3~5년차에는 주가가 내려가거나 횡보하는 현상을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 사이클(주기)에 따른 '5년 주기'로 설명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취임 2년차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 이내에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시행돼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권 초기에 강력한 재정 확대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 이내에 나왔던 역대 경기 부양책이나 증시 부양책으로는 노태우 정부의 자본 이동 자유화 조치,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 김대중 정부의 외국인 주식 투자 한도 철폐, 노무현 정부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경기 활성화 조치, 이명박 정부의 747정책을 들 수 있다. 대통령은 2월에 취임하므로 집권 후 100일쯤 지난 5~6월부터 신임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주가도 그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신정부 경기 부양의 효과는 집권 2년차에 정점에 달하면서 주가도 동반 상승한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가 역시 불확실성에 노출돼 추락한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18대 대통령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009년(0.3%) 이후 가장 낮은 2.4% 정도로 추락한 상황에서 집권하기 때문에 초기에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지 않으면 '대선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 주가는 5년 주기가 강하게 형성됐지만, 1998년 이후 우리 증시는 오히려 글로벌 증시와 경기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대선은 증시에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정도로 크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신임 정권 1~2년차에 주가 상승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이는 정치 이벤트보다는 해당 시점의 글로벌 경제 환경과 경기 사이클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집권 초에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선 미국의 경기 회복 등 증시에 우호적인 글로벌 경제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