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시상식 깜짝수익 해외채권펀드에 '남편보다 좋아賞' 속 썩였던 중국펀드에 '참다 참다 낮술賞' 을 드립니다

2012년은 많은 투자자에게 아쉬움을 남긴 한 해였다. 은행 예금 이자는 거의 반 토막 났는데 주택·주식시장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나빠져 아픔을 준 자산이 있었는가 하면, 칠흑같이 어두운 상황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발해 기쁨을 안겨준 자산도 있었다. 머니섹션 M은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투자자들을 울리거나 혹은 기쁘게 했던 금융상품을 뽑는 'M 시상식'을 진행했다. 총 5개 부문이며, 심사위원은 금융계 경력이 15년 안팎인 고수들로, 강지현 하나은행 영업1부 골드클럽 PB센터장,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PB, 김정환 동양증권 강북센터장,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WM팀장 등 4명이다.

①남편보다 좋아: 해외채권펀드

올해 해외 채권형 펀드 투자자들은 13%의 수익을 올려 행복한 산타 선물을 받게 됐다(제로인, 17일 기준). 통상 채권형 펀드는 주식형 펀드보다 기대 수익률이 낮지만, 올해 해외 채권형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7.8%)를 압도하는 좋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해외채권 열풍은 일종의 쏠림 투자여서 내년에 깜짝 성과를 보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도현 PB는 "해외 채권형 펀드는 전 세계 국가들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내리면서 예상보다 높은 수익이 났다"면서 "다만 채권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차익실현 물량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내년은 올해보다 성과가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연금 등 대형 큰손들은 경기 회복세로 금리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해외채권에서 발을 빼고 있다.

②2% 부족해: 금(金)

금값은 올 초만 해도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것) 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져 급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금 장사는 올해 8% 수익을 올려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 감소가 주원인이었다. 작년 연말 온스당 1600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지난 5월엔 153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김정환 센터장은 "올해 금값은 정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미국·유럽 등 주요 경제국들이 돈을 풀어 통화가치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부각되면 금값이 내년엔 지금보다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지 소로스, 존 폴슨 등 월가의 큰손들은 금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③어부지리(漁夫之利): 즉시연금

지난 8월 정부가 부자증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즉시연금은 시중 뭉칫돈을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켰다. 큰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연말까지 가입해야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며 앞다퉈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개사의 즉시연금 가입액은 올 초 1000억원도 안 됐지만 9월엔 1조1000억원대까지 급증했다. 60세 남성이 2억원 즉시연금(상속형 20년 만기, 공시이율 4.3% 기준)에 가입하면 지금은 매달 60만원씩 받을 수 있지만 내년에 과세가 현실화되면 50만원 정도만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종석 WM팀장은 "즉시연금은 연초만 해도 공시이율이 연 4.9%는 됐는데 최근엔 연 4.3% 수준까지 떨어졌다"면서 "향후 저금리가 계속되면 월 수령액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시연금은 중도해지 시 원금 손해를 보고, 아예 중도해지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국회가 현재 즉시연금 비과세 폐지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가입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④월급쟁이 피눈물: 주식형펀드

올해는 '액티브펀드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펀드 매니저들이 고전한 한 해였다. 액티브펀드란, 펀드매니저 같은 전문가가 어떤 종목을 언제 사고팔 것인지 결정해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펀드 매니저가 종목을 잘 골라서 높은 수익을 올려주길 바라는 마음에 비싼 수수료를 내고 액티브펀드에 가입하는데, 올해 액티브펀드는 시장(코스피지수)보다도 수익률이 지지부진했다. 17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7.8%로, 코스피지수(9.7%)에 못 미쳤다. 강지현 센터장은 "올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형주들이 부진한 흐름을 보여 펀드 매니저들이 수익을 올리기 어려웠다"면서 "액티브펀드는 내년에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⑤참다 참다 낮술: 중국펀드

지난달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상하이종합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지난 2007~2008년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올인했던 투자자들은 원금 회복은커녕 여전히 -30%가 넘는 손해를 보고 있어 '참을 인(忍)'에도 한계가 닥쳤다. 중국 증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국 대세론'을 믿고 기다렸던 상당수 투자자들은 올해 탈출 버튼을 눌렀다. 중국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올해에만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강지현 센터장은 "5년이나 기다렸지만 여전히 성과가 나쁘자,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중국펀드를 털어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주가지수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최근 정권 교체 이후 장기적으로 경기부양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지금이 중국 투자에 관심을 가질 타이밍이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