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디지털 위패·QR코드… 차가운 안치단에 故人의 숨결 담다

작년 9월 타계한 '무쇠팔' 최동원. 그의 유해는 경기도 고양시 청아공원에 안치됐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 11번이 선명하게 새겨진 검은색 글러브와 사인볼, 생전에 끼던 사각 금테 안경이 유골함 옆에 놓여 있다.

안치단 전면 유리창 아래쪽에 '스마트 위패'라 불리는 명함 크기 패널이 붙어 있다. 고인의 추모 동영상을 모바일 기기로 보여주는 '유인미(You in Me)'란 제품이다. 엄지손톱만 한 'QR 코드'(Quick Response Code·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저장하는 격자무늬 2차원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자 2분53초짜리 동영상이 시작됐다.

'날카로운 눈빛, 강한 자신감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영원한 승부사….' 인생을 우직한 직구로 승부했던 최동원의 야구 어록(語錄)과 하일성·허구연 등 야구인들의 추모 메시지가 잔잔히 흘러나왔다. '이제는 진짜 하늘의 별이 된 최동원, 오늘따라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제품을 개발한 이안서비스그룹은 "고인의 생전 모습과 육성을 유족들이 함께 시청하고 추억하면서 가족 간 유대감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모 자료를 디지털 액자로 제작하는 업체도 생겼다.

고인의 생전 취미나 관심사 등 다양한 주제로 개성 있게 꾸민 '패션 안치단'도 부쩍 늘었다. 십자가·묵주·염주 같은 종교 상징물이나 시계·안경처럼 고인이 평소 지니던 물건을 넣어 경건한 분위기를 낸 안치단과는 느낌부터 확 다르다.

앙증맞은 천사, 동물 모양 크리스털 장신구를 모아놓은 것은 기본.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 모양 장식품을 유골함에 둘러 이국적인 느낌을 준 것, 시원한 해변이나 흰 눈 소복이 쌓인 산골 마을처럼 계절을 주제로 꾸민 안치단도 있다. 추억이 담긴 작은 가족사진으로 3면 벽을 둘러싼 '갤러리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갖가지 미니어처 악기로 고인이 생전에 바랐던 스튜디오를 초소형으로 재현한 안치단 앞에선 입이 딱 벌어진다.

관리 직원들은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예쁘게 꾸민 안치단 사진을 찍어 벤치마킹하는 유족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안치단에 놓기 적당한 크기의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화사한 미니 꽃틀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생겼다.

장례용품 제작업체인 벽제원 장현 실장은 "예전에는 고인의 이름과 생몰일자를 새긴 목제 위패를 많이 찾았지만, 요즘은 고인의 사진이나 생전 애송시, 유족들이 전하는 글귀를 깔끔한 크리스털에 새긴 소형 추모비가 대세"라고 했다. '하늘 높이 사랑합니다/ 바다 깊이 감사합니다/ 가슴 저리게 그립습니다/ 그리고 또…/ 영원히 사랑합니다'처럼 생전에 미처 전하지 못한 글귀를 들고 온다는 것이다.

청아공원 김영복 대표는 "생일과 기일(忌日) 등 1년에 두 번 안치단을 열 수 있도록 했지만, 매달 안치단을 열고 꾸미는 유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유골함을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유족들이 고인과 추억을 되새기며 치유하는 '힐링 공간'이 됐다"고 했다.

화장 비율이 급증하면서 비석이나 석등(石燈)·석수(石獸) 같은 묘역 석물(石物) 수요는 현격하게 줄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 화장률은 71.1%. 1991년 17.8%, 2001년 38.3%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2017년에는 8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