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6 02:05

FORECAST

새해가 밝았으나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라는 비관적 전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경기 불황의 돌파구를 고령화 이슈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러한 인구 지형의 변화는 새로운 시장의 출현을 동반하는데, 바로 시니어 산업 활성화다. 시니어 관련 산업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무한히 확장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2013년 국내 시니어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올 한 해 활동을 살펴봄으로써 시니어 산업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첫째, 시니어 고객에 대한 인식 변화다. 기업들은 시니어 고객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그동안 ‘시니어 마케팅은 곧 VIP 마케팅’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시니어 고객이 젊은 층에 비해 비교적 높은 구매력과 풍부한 소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기업들은 이를 토대로 시니어 층을 VIP 고객으로 분류해 고가의 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2012년에는 고가의 특정 상품에 국한하지 않고 시니어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생활용품을 대거 출시했다. 제품군도 미용, 패션에서 취미활동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됐다.

둘째, 대기업의 시장 참여다. 지금까지 시니어 관련 상품이 나오긴 했지만, 일회성에 그치거나 반응이 크지 않아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또한 시니어 생활용품 시장은 영세 기업 위주로 이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들이 시니어용품 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을 눈여겨 볼 만하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통해 시니어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셋째, 마케팅 코드의 변화다. 노후 및 은퇴 시장의 마케팅 코드가 ‘공포 마케팅’에서 고객의 행복을 추구하는 ‘감성 마케팅’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노후자금 마련이 은퇴 준비의 전부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으나 2012년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재정적 요소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자신의 일, 취미활동 등 비재무적 영역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은 것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많은 기업이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은퇴 관련 마케팅 부서를 만들고, 각종 홍보·광고물을 쏟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장을 예측하고, 대비하라

시니어 산업은 2012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공급자와 수요자, 기업과 고객 모두 시장 형성의 한 축을 이루며 변화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은 2013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 매체에만 의존해서는 시니어 고객을 선점할 수 없다. 시니어들도 타인의 경험을 상품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SNS 등 뉴미디어 활용률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용자 경험을 쉽고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도록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장할 것이다.

또한 개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행복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지리라는 것도 예측 가능하다.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자신만의 계획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시니어 개인의 삶이 행복해지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 여기에 시니어 마케팅의 새로운 길이 있다. 건강, 레저, 사회적 관계, 주거, 생활 등 비재무적 영역에서 관련 상품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니어의 특성을 고려한 고객별 맞춤 서비스가 증가할 것이다. 시니어 고객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나이, 성별, 지역, 직업 등에 따라 구매력과 구매 이유도 상이하기 때문에 일반화된 접근보다는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고전적 의미의 상품과 서비스가 아닌 좀 더 세분화된 고객 분석과 이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때, 시니어 고객이 기업에게 다가올 것이다.

2013년은 시니어 산업 성장의 분수령이 되는 해다. 시니어 산업인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IAGG)와 제2회 서울국제시니어엑스포 같은 시니어 관련 굵직한 행사들이 개최될 예정이다. 또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른 범정부적 지원 움직임도 예상된다. 물론 해가 바뀌어도 경기 침체는 쉽게 극복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시니어 산업만은 예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들이 경기 불황의 돌파구를 고령화 이슈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지형의 변화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며, 시니어 시장의 크기를 키울 것이다. 많은 대기업이 시니어 시장의 가능성을 예측하며 진입 시점을 판단하고 있다. 시니어 산업에서도 스타 기업과 스타 브랜드 출현이 멀지 않았다. 2013년, 시니어 산업의 주인공을 가리기 위해 펼쳐질 진검승부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 박은경 대표는 국내 시니어 산업의 주도적인 인물.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기업 ㈜시니어파트너즈 대표이자 세계 최대의 시니어케어 전문기업 미국 홈인스테드 시니어케어의 한국 마스터 프랜차이즈 ㈜홈인스테드코리아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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