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이라면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하게 마련이다. 성인교육학 박사로 국내에 ‘일하기 좋은 기업’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개념을 소개한 이관응 씨.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기업 문화는 어떤 것일까.
기업이 지속적으로 번영하고 생존하려면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신뢰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신뢰는 최고경영자의 말 한마디, 회사의 허울 좋은 대외 방침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 내부의 신뢰가 구축되어야, 그것이 사회와 고객에게까지 이어지게 된다.
“기업 대표는 일을 통해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또 구성원은 일을 통해 돈을 벌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한다. 여기에서 회사와 구성원 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일을 통해 목적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일은 직장에서 이루어진다. 회사를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개인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 생산성, 효율성이 극대화 될 것이 분명하다.”
이관응 대표컨설턴트의 말에 따르면 90년대 들어 이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일하기 좋은 직장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춘은 1998년부터 매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이는 신뢰경영을 실천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쌓아가고 있는 회사를 선정하는 제도로 유럽연합, 중남미, 인도, 일본 등 전 세계 45개 국가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2002년부터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해 왔다.
“조직을 설계, 관리, 교육하는 일을 하다 보니 많은 기업을 접하게 된다. 그 중에는 ‘이런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호 신뢰가 깊고 체계적으로 경영되는 곳도 있다. 대표적으로 KT를 꼽을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초첨을 맞춘 기업 문화 혁신의 틀에서 벗어나 구성원 만족이라는 근원적 처방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 만족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선순환 고리를 이어간다. KT의 스마트워킹 제도는 임신·육아 여성 직원 중심으로 자택, 스마트 워킹 센터 등 본인이 원하는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여성들이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실질적 지원을 해주니,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도가 높은 건 당연하다.”
이 외에 국내의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조직 내 유대감과 신뢰를 다지는 KB국민은행, 임직원간 다양한 채널을 구축해 소통 활성화를 도모하는 KT금호렌터카, 구성원의 전문성 및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한 인재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서울아산병원 등이 있다.
소통을 통한 신뢰 구축이 필수
직급이 1단계 높아지면 2배의 심리적 차이가 생기고, 2단계 높아지면 4배, 3단계 높아지면 8배의 심리적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그만큼 상사와 부하 직원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하기 좋은 기업은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부터 다르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리더이면서 리더의 권위와 힘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왜 서번트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윗사람은 아래 사람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목표를 공유하고, 성취하도록 지원해주고,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주면 그로 인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Serving first, leading second’, 먼저 조직을 섬기고 그 다음 조직을 이끌라는 것이다."
1989년 그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다고 한다. 경제가 고속 성장한 한국의 기업 문화는 소통과 존중보다는 권위주의적인 경향이 강했고, 그런 식의 경영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면도 있었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조직과 개인의 신뢰 관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했지만 이제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다. 조직 중심의 사고에서 개인 중심의 사고로 변화된 만큼 직장 내 신뢰 구축을 통한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