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과학자대회로 남북관계 매듭 풀겠다"

"과학자들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남북을 잇는 연결고리는 옌볜(延邊)에 있는 우리 과학자들이 맡겠습니다."

지난 14일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에서 만난 김진경(77) 옌볜과학기술대 총장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이상목 사무총장에게 "대한민국이 하는 데 따라 통일이 달성될 것"이라며 "과총이 남북관계를 푸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옌볜과기대는 1992년 김 총장이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후원을 받아 설립한 중국 최초의 중·외(中·外) 합작대학이다. 개교 20년 만에 중국 정부의 '100대 중점육성대학'에 선정될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13개국에서 온 230여명의 교수가 1800명 가까운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2010년에는 교수진과 교육과정, 후원방식 등 옌볜과기대의 모든 면을 본떠 북한이 평양과학기술대학을 개교했다. 김 총장은 이 학교 총장도 맡고 있다.

"옌볜과기대는 국제학술대회를 10년 동안 개최했어요. 평양과기대도 작년 처음 국제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여기에 대한민국과 중국 조선족 과학자까지 참여하면 명실상부한 한민족 과학자대회가 될 겁니다."

이상목 과총 사무총장은 "미국과 유럽의 한인(韓人) 과학자들은 학술대회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의 한인과학자협회까지 아울러 아시아에서도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재중(在中) 동포 과학자 단체인 중국조선족과기공작자협회의 임진호 부이사장도 "옌볜과기대가 앞장서면 동포 과학자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총은 첫 단계로 옌볜과기대 졸업생을 국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정책연구소로 영입할 계획이다. 옌볜과기대 교수들은 "본격적인 종합학술대회에 앞서 특정 학회 사이의 소규모 협력부터 진행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홍영대 부총장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북한 산은 거의 벌거숭이"라며 "대한민국의 조림(造林) 성공 사례를 전수해줄 학회를 열면 북한 과학계의 호응이 클 것"이라 했다. 중국 조선족의 음식 문화까지 포함해 식품 한류(韓流)를 논의하는 학회도 거론됐다.

김 총장은 이날 평양행 비행기를 타러 떠나면서 "평양과기대는 올해 처음 영국과 중국에 7명의 유학생을 보냈다. 미국 유학도 곧 성사될 것"이라 했다. "남에선 잘 모르지만, 중국·북한·러시아 접경지대인 훈춘(琿春) 등에서 중국과 북한의 경제 교류가 엄청나게 늘고 있어요. 이럴 때 남북 과학자들이 만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