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떠난 직원에 "돌아오라"… 9명 다시 고용

현대카드에 다니다 2007년 외국계 회사로 옮긴 유모(34)씨는 지난달 현대카드에서 전화를 받았다. 예전에 현대카드에 근무할 때 함께 일하던 상사였다. "떠난 직원 중에 일 잘하던 사람들을 다시 부르고 있는데 돌아올 생각 있나?"

마침 유씨는 지금 다니고 있는 외국계 회사의 장래성에 회의를 느끼던 중이었다. 그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옛 직장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5년이나 지났는데 옛 직장이 내 가치를 인정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떠난 인재 다시 불러들이는 연어 프로젝트

유씨의 옛 직장 재입사는 현대카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연어 프로젝트' 덕분이다. 연어가 어릴 적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회사를 떠난 인재를 다시 불러들이자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프로젝트의 결과 직장을 옮긴 옛 직원 9명이 1월에 현대카드에 재입사하게 됐다. 모두 30~40대이며, 직급은 대리부터 차장급까지다.

간혹 명예퇴직하거나 정년퇴임한 직원을 계약 직원으로 재고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스스로 다른 회사로 떠난 젊은 직원을 한꺼번에 다시 데려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연어 프로젝트는 지난 10월 인사팀이 모든 부서에 "다시 데려오면 일을 잘할 것 같은 퇴사 직원을 적어내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추려진 33명의 재입사 대상자를 개별 접촉해 재입사 의사를 타진했다. 그랬더니 20명이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면접을 거쳐 9명이 최종 선발됐다.

인사팀에서 연어 프로젝트를 건의하자 정태영 사장은 "한순간 판단 미스로 떠난 직원들에 대해 사면(赦免)을 해보자"며 수용했다고 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다른 메리트를 찾아 이직을 했지만 옮긴 직장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고민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재입사가 결정된 9명의 연봉과 직급은 이직하지 않고 그대로 현대카드를 다닌 것으로 가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충성심 강한 인재 확보 방안

연어 프로젝트를 실시한 이유에 대해 현대카드는 회사 문화나 업무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 않은 즉시 투입용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각 부서의 허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인재를 단시간에 보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갖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사내외에 보여주는 효과도 노렸다.

부작용도 예상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을 보고 기존 직원들이 쉽게 이직하려 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성원 HR실장은 "이직하더라도 나중에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해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크게 잃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노용진 연구위원은 "다른 직장에서 일해보고 돌아오면 시야가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며 "연어 프로젝트로 돌아온 직원들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곳으로 갔다가 월급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충성심이 강한 인재를 확보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어 프로젝트는 점점 더 치열해 지고 있는 인재 확보 경쟁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미국계 전략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지난달 "2020년까지 기업들의 인재 전쟁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