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91] '계란형' '구멍 둘'… 연탄의 진화

"조선전기흥업(電興) 주식회사의 연탄제조 사업은… 이삼월 중에 대대적으로 판매를 개시할 터인데 그 연탄제조기는 아미리가(亞米利加·아메리카) 특허형이라 칭하는 최신식이니, 1시간에 20돈(��·t)의 제조능력을 유(有)하고, 제출(製出)하는 연탄은 마치 과자의 '모나가'에 혹사(酷似·매우 비슷함)하고…." 조선일보 1921년 2월 24일자는 미국 특허 기계로 마치 '모나카(もなか)' 과자처럼 연탄을 찍어내는 '전흥'의 '연탄계 혁명'을 전했다.

가정용 연료로 사용된 연탄은 처음엔 '9공탄' '22공탄'처럼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게 아니라 가루 상태의 석탄(粉炭)이었다. 1910년을 전후 이 분탄에 석유 정제 시 나오는 '핏치(pitch)'를 접착제로 섞어 계란처럼 뭉친 '난형(卵型)' 연탄이 등장하기 시작했고(매일신보 1912년 11월 23일자 등), 1920년대 들어서면 연탄 광고나 시세를 알리는 기사에 '이혈(二穴·구멍 2개)' '삼혈(三穴)' '모나다(모나카·사각)형' '환형(丸形·원형)'탄 등으로 구분하고 있어(1923년 11월 11일자 등), 이 시기 원형 사각형 연탄과 함께 비로소 구멍 뚫린 연탄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구멍이 많을수록 불이 잘 붙고 화력이 좋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데다, 접착제 '핏치'는 일본에서 수입됐기 때문에 연탄은 석탄보다 비싸(1923년 8월 23일자) 쉽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게다가 지저분하고 치명적인 가스까지 내뿜었다. 그래서 1925년 조선의 연간 가정 연료 소비액 8100만원 가운데, 석탄이나 코크스·와사(瓦斯·가스) 등 화석연료는 2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1925년 11월 15일자), 연료의 중심은 장작이었다.

1933년 들어 동절기 물가를 전하면서 '화로용 구혈탄은 40개 한 상자에 90전'이라고 소개하고, 가스중독 사고를 전하면서도 '구공탄'을 따로 구분한 것으로(1933년 12월 22일자 등) 보아 이 시기에 구멍이 아홉개인 '구혈탄(九穴炭)' 혹은 '구공탄(九孔炭)'이 처음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또 '가정 연료의 총아' '연탄의 좋고 나쁜 것 아는 법'을 전하면서 "구공탄(연탄)이라 하는 것은 원칙으로 무연탄의 가루를 주장(主掌·기본)으로"하고 "구녕(구멍)을 뚜른 것과 감자 모양으로 그냥 뭉친 것" 두 종류라고 설명(1936년 10월 17일자), '구공탄'과 '연탄'을 같은 의미로도 사용했다.

해방 후 소규모 연탄 업자들이 난립하면서 다양한 연탄이 유통되다 6·25전쟁 직후 비로소 19공탄이 생산됐고, 1965년 삼천리에서 처음으로 22공탄을 생산해 판매하면서 가정용 연탄의 주종을 이뤘다. 1980년대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줄던 연탄 수요는 최근 서민 연료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