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효과 덕에 체크카드 훨훨… 1억장 돌파

직장인 김양환(37)씨의 지갑엔 체크카드 1장, 신용카드 2장이 꽂혀 있는데, 요즘은 체크카드를 훨씬 더 자주 쓴다. 주유소나 편의점처럼 신용카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체크카드를 쓴다. 김씨는 "꼬박꼬박 계좌에서 돈이 나가는 게 확인돼 아무래도 씀씀이가 통제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결제 즉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는 최장 45일까지 외상구매가 가능한 신용카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인기가 없었는데, 올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김씨 같은 체크카드 애호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까지 체크카드는 모두 1억20여만장 발급됐다. 지난해 말보다 1000만장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용카드 발급숫자(1억2000만장)에 근접했다. 2007년만 해도 체크카드 수(4040만장)는 신용카드(8950만장)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체크카드 위상변화, 연말정산 공제 효과 덕분

체크카드 사용액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체크카드 사용액은 하루 평균 22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사용액은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권에선 가계 부채 축소를 위한 금융 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과 연말정산 효과가 체크카드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올해 연말정산 때 적용되는 신용카드 공제율은 20%인 반면 체크카드는 30%다. 지난해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공제율이 각각 20%, 25%였는데, 체크카드만 공제율이 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4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올해 1500만원을 카드로 썼다고 가정하면 소득의 25%를 넘은 나머지 사용액 500만원이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만약 전부 신용카드로 썼다면 '500만원×20%=100만원'이 공제 대상이 되는 반면 전부 체크카드로 썼다면 '500만원×30%=150만원'이 공제 대상이 된다.

A씨의 소득 구간은 세율 15%가 적용되기 때문에 최종 환급받는 액수는 신용카드는 15만원(100만원×15%)이 되고, 체크카드는 22만5000원(150만원×15%)이 된다.

게다가 내년엔 신용카드의 공제율이 15%로 축소되는 반면 체크카드는 그대로 30%다. 이 때문에 내년에도 체크카드의 기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카드사, 체크카드 부가 서비스 확대

체크카드 사용자가 늘어나자 그동안 수수료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체크카드 마케팅에 소홀했던 카드사들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체크카드에도 신용카드에 준하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신규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체크카드에도 휴대전화 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요금 일부를 되돌려주거나(캐시백), 영화관이나 커피숍을 이용할 때 가격을 깎아주는 기능이 있다.

또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지 않아도 신용카드처럼 소액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월 30만원 한도에서 신용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24일부터 체크카드에 도입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체크카드를 쓰다가 계좌 잔액이 부족해 결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신용도가 입증된 고객이 계좌에 돈이 없어도 체크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와 하나SK카드도 비슷한 내용의 서비스를 체크카드에 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