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 잡아라… LTE 운명이 걸렸다

요즘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가장 큰 화두(話頭)는 '주파수'다. 불법 보조금에 따른 영업 정지와 과징금 제재도 아프지만, 당장 내년 초로 다가온 주파수 경매 결과에 따라 향후 LTE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경매는 작년에 첫 실시됐다. 이전에는 심사를 거쳐 주파수를 배정했다. 하지만 전파법이 개정되면서 작년부터는 경매 금액을 높이 써낸 업체가 정부에서 특정 주파수를 할당받게 됐다. SK텔레콤은 작년에 9950억원의 이용료를 내고 1.8㎓ 주파수를 차지했다. 해당 주파수가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좋은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한 통신사 간의 주파수 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통신사를 울고 웃게 하는 주파수란 대체 무엇일까.

◇주파수 확보에 통신사 희비 엇갈려

주파수란 전파나 음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뜻한다. FM 라디오 주파수인 89.1메가헤르츠(㎒)나 91.9㎒는 전파가 1초에 각각 8910만번, 9190만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이동통신용으로는 800㎒에서 3기가헤르츠(㎓) 주파수가 주로 쓰인다. 통신 3사는 현재 LTE(4세대 이동통신)용으로 800㎒, 900㎒, 1.8㎓, 2.1㎓ 주파수를 이용하고 있다〈그래픽 참조〉.

전 세계적으로 주파수는 국가 소유 재산이다. 개별 통신사들은 해당 국가에 사용료를 내고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한다. 이용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연장하든지, 해당 주파수를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들에 주파수를 추가 할당하겠다고 나선 것은 모바일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 무선인터넷 이용량은 연평균 78%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세계 무선인터넷 월평균 이용량은 10.8엑사바이트(EB)로 예상된다. 1EB는 10억 기가바이트(GB)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2003년까지 생산된 데이터양을 5EB로 추정하고 있으니, 엄청난 데이터 폭증인 셈이다.

통신 3사는 내년 상반기가 되면 현재 이용 중인 LTE 주파수가 포화상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인터넷 사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LTE용 주파수 추가 배분을 결정했다. 도로가 넓어지면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처럼, 주파수도 넓은 대역폭을 가질수록 많은 데이터를 빨리 전송할 수 있다.

방통위가 추가 할당하는 주파수는 1.8㎓에서 60㎒ 대역폭, 2.6㎓에서 80㎒ 대역폭이다. 3사가 비슷하게 나눠 가진다고 가정하면, 대략 40~50㎒씩 추가 주파수를 확보하게 된다. 기존보다 약 두배가량 도로가 넓어지는 셈이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추가 주파수 할당 계획을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어떤 통신사 이득일까?

통신사들은 어느 대역의 주파수를 받느냐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로에 비유해보자. 멀리 떨어진 도로를 받는 것보다 기존 도로와 인접한 도로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양쪽 도로를 합쳐서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현재 통신사들은 LTE용으로 각각 1차로(대역폭 10㎒) 폭의 좁은 도로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주파수 폭이 좁아서 무선 인터넷 속도가 최대 75Mbps(초당 75메가바이트를 전송하는 속도)에 그치고 있다. 만일 연속된 주파수 대역 20㎒를 확보할 경우, LTE 통신 속도는 150Mbps로 두 배 빨라진다. 내년 초 LTE 주파수 경매가 끝나면, 지금보다 LTE 통신 속도가 두 배가량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배분하는 주파수 대역인 1.8㎓, 2.6㎓는 전 세계 상당수 통신사가 LTE용으로 이용하는 핵심 대역이다. LTE 서비스를 시작한 51개국의 113개 통신사 중 42곳이 1.8㎓ 대역을 쓴다. 39곳은 2.6㎓ 대역을 쓰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세계 여러 통신사와 같은 주파수를 써야 해외 로밍 등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주파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1.8㎓를 LTE 주파수로 쓰는 곳은 KT와 SK텔레콤이다. 2.6㎓ 대역에선 아무도 LTE를 서비스하지 않는다.

업계에선 이번 경매의 최대 수혜자가 1.8㎓ 대역을 주력 LTE 주파수로 쓰고 있는 KT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T가 쓰고 있는 주파수와 인접한 주파수가 경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T가 넓은 대역폭을 확보할 경우 타사보다 두 배 빠른 서비스를 조기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TE 가입자 3위에 머물고 있는 KT는 판도 반전(反轉)을 위해 이번 경매에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SK텔레콤도 1.8㎓를 쓰고 있다. 하지만 해당 주파수 주변은 이미 다른 업체들이 이용 중이다. 시너지를 내려면 기존 주파수를 옮기는 등 상당한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1.8㎓의 광대역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기존 사업자의 주파수 회수와 재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1.8㎓ 대역에선 1~2개의 광대역 블록, 2.6㎓ 대역에선 2개의 광대역 블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주파수 재배치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공정한 경쟁 조건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통신 3사가 두 배 빠른 LTE 서비스를 선보이는 광대역화 시점을 동일하게 맞춰달라는 것이다. KT는 "사업자의 판단에 맡길 문제이지, 인위적으로 시점을 조절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사들 의견을 수렴해 경매 규칙 등 할당 계획을 정해 내년 초에 주파수 할당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파수(周波數)

전파나 음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 단위는 헤르츠(㎐). 100메가헤르츠(㎒)는 1초에 1억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전파가 멀리 퍼져 나가고, 주파수가 높으면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기에 유리하다. 이동통신에는 800㎒~3.0기가헤르츠(㎓) 대역이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