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치킨게임 중… 한화, 공격경영으로 승부

해발 2800m 티베트 고원에 위치한 중국 칭하이(靑海)성 거얼무(格爾木)공항. 지난 11월 13일 오후 권용주 한화솔라원 차장은 숨을 크게 내쉰 뒤 말했다.

"뛰지 말고 천천히 걸으세요. 고산증이 올 수 있습니다."

공항을 출발해 사막 위로 뻗은 도로 위를 차로 한 시간가량 달렸다. 사막을 덮은 파란색 태양광 모듈 숲이 나타났다.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칭하이(靑海) 태양광발전단지다. 시간당 발전량은 100만kW로,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급이다. 한화솔라원은 이 발전단지에 태양광 모듈(햇빛을 모아 전력을 발생하는 태양전지판)의 일부를 공급하고 있다.

"지금 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이상 기회는 오지 않아요."

권 차장은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모든 태양광 기업은 죽느냐 사느냐의 1차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관련업체들은 10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태양광 모듈 업체만 해도 중국 내에 100여개가 난립했다. 공급 과잉 상태가 됐고 모듈 가격은 폭락했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면서, 모듈 수요도 줄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2008년 1W당 3.82달러에 달하던 모듈 가격은 2010년 1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작년 말엔 1달러 선이 무너졌고, 현재는 0.6달러에 불과하다. 2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중국 내 모듈 생산 업체 수도 3분의 1이 됐다. '태양광(光)이 태양광(狂)이 됐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한 최근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는 "미래 산업인 태양광 사업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경영기획실장은 최근까지 장쑤(江蘇)성 치둥(啓東)시의 모듈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오히려 한화는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한화솔라원은 2010년 '솔라펀 파워홀딩스'의 치둥공장을 인수했고, 올 10월엔 독일 '큐셀'까지 인수했다. 생산량에서 세계 3위가 됐다.

태양광 치킨게임은 최소 2014년까지 계속된다는 전망이 많다. 태양광 모듈은 통상 10~12년 동안 제조사가 고객인 발전업체에 무상보증을 한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들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회사들을 선택해 제품 주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 부회장은 "재무구조가 좋고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발주처가 중국 업체 대신 한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생존에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