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에도… 68개국 중 54개국 증시 방긋

지난해 초 미화 100달러를 갖고 있던 투자자가 각국 대표 증시 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어느 나라 증시에 베팅한 투자자가 가장 큰돈을 벌었을까. 혹은 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실을 안긴 곳은 어느 나라 증시였을까.

블룸버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 세계 68개국의 2012년 주가 상승률을 집계해본 결과 14개국을 제외한 54개 국가 증시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플러스 상승률을 낸 국가가 8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012년 세계 증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진 셈이다.

지난해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국가는 베네수엘라(302.8%)였고, 가장 많이 내린 국가는 구제금융 대상이 되고 EU 이탈설이 제기된 키프로스(-60.6%)였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9.4% 상승하며 상승률 38위를 기록했다.

◇유럽 증시, 우등생으로

2011년도 증시 성적표 하위권을 휩쓸었던 유럽 국가 증시는 지난해 대부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했던 그리스 증시(33.4%)는 워낙 하락률이 컸던 탓에 작년에는 반등, 증시 상승률 10위권 안에 들었다.

상반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던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공포는 그리스 정부의 긴축안 승인과 함께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유럽연합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독일(29.0%)과 오스트리아(26.9%), 프랑스(15.2%) 등 유럽 대부분 국가 증시가 이 영향으로 상승했다. 이 국가들의 증시는 2011년도에 모두 두 자릿수씩 하락했다.

다만 구제금융 신청 우려가 채 가시지 않은 스페인의 IBEX 35지수는 한 해 동안 4.6% 하락했다.

◇G2 증시, 경기 전망 반영하며 움직여

세계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 증시는 경기 전망에 따라 오르내렸다.

지난 한 해 뉴욕증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는 7.2% 상승했다. 주택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지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3차 양적 완화(QE3) 효과가 작용했다. 최근 미국의 장기 모기지 대출금리는 3.91%대로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줄곧 고꾸라지던 중국 상하이종합은 4분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12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의 마주옥 연구원은 "11월 공산당 정권 교체 이전까지 중국 증시는 정치적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 하락했었다"며 "정권 교체 완료로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제조업 PMI 등 최근 나오는 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며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증시 300% 상승…차베스 효과

베네수엘라 증시는 전 세계 통틀어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유일한 나라였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증시는 300% 넘게 폭등하며 전년(80.8%)에 이어 상승률 1위국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베네수엘라 증시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상승했다면, 2012년에는 정치적인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다. 지난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 악화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호재가 됐다.

영국의 가디언은 "차베스의 4선(選)과 그의 암 수술 성공 이후 증시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증시도 정치적 이유로 급등한 경우다. 올해 이집트는 사상 첫 민선 대통령을 선출했고, 이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증시가 50.7% 급등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에서는 인도 증시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