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1950~70년대 스탠더드 팝의 여왕

스탠더드 팝의 여왕으로 불렸던 미국의 거장(巨匠) 가수 패티 페이지(Page·86)가 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본명은 클라라 앤 파울러(Fowler).

1927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클레어모어의 가난한 집안에서 11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난 고인은 18세 때 지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래 실력을 인정받으며 직업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1947년 머큐리 레코드와 계약을 맺은 그는 '콘페스(Confess)' '소 인 러브(So In Love)' '위드 마이 아이스 오픈, 아임 드리밍(With My Eyes Open, I'm Dreaming)'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톱스타로 올라섰다. 1950년 발표한 '테네시 왈츠(Tennessee Waltz)'는 그에게 두 번째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안겨준 노래. 현재까지 1000만장이 판매됐을 정도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스탠더드 팝의 걸작으로 통한다. 테네시 주는 1956년 이 노래를 공식 주가(州歌)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체인징 파트너즈(Changing Partners)' '아이 웬트 투 유어 웨딩(I Went To Your Wedding)' '모킹버드힐(Mockin' Bird Hill)' 등의 걸작을 남겼으며 2000년대 후반까지도 활발하게 무대에 섰다.

페이지의 음악은 컨트리와 재즈의 색채가 적절히 가미된 스탠더드 팝 스타일이었으며,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감성적 창법으로 감동을 안겼다. 50여장의 앨범을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1억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그는 ABC, CBS, NBC 등 미국의 3대 지상파 방송사에서 모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정도로 '수퍼스타'였다.

한국 팬들과도 인연이 깊다. 1963년 서울 대한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었고 1979년과 89년에도 방한했다. 6·25전쟁 직후 패티 페이지의 우아하고 감미로운 3박자 왈츠는 고달픈 한국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줬다. 한국의 대형 가수 패티 김(75·본명 김혜자)은 "패티 페이지 같은 명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예명을 '패티'로 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중음악 평론가 송기철씨는 "패티 페이지는 노래에 대한 해석력과 표현력이 탁월한 가수였다"며 "노래에 가득한 따뜻한 정서 때문에 1950~70년대 한국 대중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팝스타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