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없는 발전소 통째로 옮겨 1100억원 절약

고층아파트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인천 청라국제도시를 지나자 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중부발전 인천화력발전소다. 인천화력발전소는 1970년대 국내 최대 발전소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지금은 주변의 서인천복합·포스코파워·신인천복합발전소와 함께 화력발전소 콤플렉스를 이루고 있다. 합치면 원전(原電) 10기(1000만㎾)와 맞먹는 전력을 생산하는 수도권 전력 공급의 핵심이다.

◇'특명이다! 발전소를 옮겨라'

2009년 9월, 한국중부발전에선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프로젝트가 결정된다. 바로 충남에 있는 보령복합 4호기를 인천으로 옮기는 사업이었다.

당시 보령복합 4호기의 이용률은 10% 안팎. 전력생산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이었다. 비수도권에 있는 데다 비싼 LNG(액화천연가스)를 원료로 쓰는 게 약점. 발전소 입장에선 가동한 지 7년밖에 안된 신형 설비가 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2015년쯤부턴 가동률이 거의 제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마침 1978년 가동을 시작한 인천화력 3·4호기가 수명을 다해 새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었다.

신영주 인천화력본부장은 "대규모 투자비가 들어간 설비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며 "이런 배경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발전소 이전 프로젝트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투자비도 적게 드는 것으로 나왔다. 같은 규모의 발전소를 새로 짓기 위해선 3725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이전하는 데에는 2593억원이면 됐다. 최신 환경설비를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하더라도 70%면 충분했다. 외국산 기자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도 2500억원가량 아낄 수 있었다. 전국 전력소비량의 3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발전 설비를 추가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송배전 손실이 적은 것도 장점이었다.

1년 뒤인 2010년 9월 인천에서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2011년 5월엔 보령복합 4호기가 운전을 정지하고 해체에 들어갔다. 터빈과 발전기 등이 모두 7500개의 모듈로 분해됐다. 무거운 장비는 바지선, 가벼운 부품들은 트레일러를 이용해 인천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작년 11월 20일, 발전소는 정상 출력을 내며 시운전을 시작했다.

◇계단 조심 안내판까지 그대로

지난해 12월 28일엔 외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각각 15만㎾급인 가스터빈 2대와 증기터빈 1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가로 80m, 세로 60m, 높이 35m의 발전소 내부는 보령복합 4호기와 똑같았다. 공사관리팀 김창식 부장은 "건축과 골조만 새로 지었을 뿐, 겉에서 보이는 설비들은 모두 보령에 있던 것 그대로"라고 말했다. 설비를 이어주는 철제 계단이나 '계단 조심'과 같은 안내판도 그대로 뜯어왔다.

가스터빈 날개 등의 핵심 부품들은 새것으로 교체했다. '앞으로 30년은 끄떡없다'는 설명이다. 5㎞ 남짓 떨어진 아파트에서 바라볼 주민들을 고려해 외부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유영복 공사관리팀장은 "굴뚝이 흉물스럽다는 민원이 있어 다리 형태로 모양을 만들고, 색깔도 입혔다"고 말했다.

인천복합 3호기는 12월 들어 전출력으로 시운전하며, 올겨울 전력 수급 위기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식 상업가동은 12월 31일부터 들어갔다. 1월부턴 안양과 부천지역에 열 공급도 시작했다. 열을 생산하는 가을부터 봄까지는 사실상 100% 가동한다. 발전소를 뜯어낸 보령의 부지엔 대신 석탄 화력발전소 2기(각 100만㎾)가 세워지고 있다. 신 본부장은 "발전 자회사 간에 경쟁 체제가 이루어지면서 경영합리화와 효율성 향상에 고민하다 보니 발전소를 통째로 옮기는 획기적인 결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복합화력발전

1차로 가스터빈을 돌리고, 거기서 나오는 배기가스 열로 증기를 만들어 2차로 증기터빈을 돌려 발전한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증기를 이용해 한 차례 발전기를 가동하는 일반화력보다 효율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