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올해 日 최고 권위 신인문학상 후보에 '75세 문학소녀'

일본 최고 권위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 후보에 75세의 구로다 나쓰코(黑田夏子·여)씨가 포함됐다고 7일 일본문학진흥협회가 발표했다. 후보 작가는 5명이며 최연소는 20세 대학생이다. 아쿠타가와상은 보통 20~30대가 받으며, 역대 최고령 수상자는 1973년 모리 아쓰시(森敦)씨로 61세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구로다씨가 후보로는 최고령"이라고 전했다. 후보 작품은 구로다씨가 작년에 발표한 데뷔작 'ab산호'라는 단편소설이다. 이미 '와세다 문학 신인상'을 받는 등 문단의 호평을 받아 수상 가능성도 크다.

구로다씨는 와세다대 교육학부 출신으로 교사와 사무원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글쓰기를 해오다 은퇴 후 본격적으로 소설에 도전했다. 그의 소설은 고유명사와 대명사를 쓰지 않는 등 실험성이 강한 작품으로,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이다. 구로다씨는 작품 구상과 집필에 10년 이상이 걸렸으며 표현을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직장 생활과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 때문에 문학청년의 꿈을 접었던 노년 세대가 은퇴 후 글쓰기 열정을 다시 불태워 문학상을 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 지난해 74세에 '군조(群像)신인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후지사키 가즈오(藤崎和男)씨는 학습지 편집장과 영어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도전했다. 후지사키씨는 "40대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일로 바쁘다 보니 결국 칠십이 넘어서야 소설 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순수문학뿐만 아니라 젊은 감각이 필수적이라는 미스터리·대중문학에서도 노년층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쇼가쿠칸(小學館)문고 소설상'을 받은 신인 주부 작가 기리에 아사코(桐衣朝子·61)씨는 52세에 대학원에 들어가 철학 등을 공부하며 글쓰기를 했다. 다키 히카루(多紀ヒカル)씨는 73세였던 작년 3월 '신의 라면'이라는 난센스 단편소설집을 출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종합상사 등에서 근무한 회사원 출신으로, 67세 은퇴 이후 문화 강좌를 수강하면서 '제2의 인생'으로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젊은 시절 문학청년을 꿈꾸던 단카이(團塊) 세대(2차 세계대전 후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최근 본격적인 은퇴기를 맞아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어 향후 '노년 신인'이 줄줄이 등장할 전망이다.

출판사도 젊은 층이 소설을 잘 읽지 않자 활자에 익숙한 노년층을 겨냥해 노년층 작가 발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고단샤(講談社)는 아예 60세 이후 등단하는 신인을 대상으로 미스터리소설문학상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