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치 미리 환급… 올 연말정산 봉투 얇을 듯

통상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릴 만큼 짭짤했지만, 올해는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소비 진작을 위해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근로소득세를 10%가량 줄여주는 방법으로 연말정산 때 돌려줘야 할 세금을 앞당겨 지급했기 때문이다.

정부 지침을 그대로 따른 기업의 경우 처음부터 월급에서 세금을 덜 떼어간 만큼, 연말정산을 열심히 해도 예년에 비해 돌려받는 세금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에 따라선 이런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예전 기준의 근로소득세를 그대로 징수해온 곳도 있다. 이런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들은 올 연말정산 때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세금 환급을 기대할 수 있다.

◇예년보다 연말정산 환급액 줄어들 듯

근로자는 소득 수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매겨진 세금(소득세)을 매달 낸다. 기업은 소득세를 떼서 국세청에 내고, 남은 월급을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개별 근로자마다 부양가족 수도 다르고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액도 다르다. 매년 1월에 하는 연말정산은 개별 근로자의 사정을 반영해 더 낸 세금을 국세청이 되돌려 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9월 경기 부양을 위해 근로소득에서 미리 떼는 세금(원천징수세액)을 평균 10% 줄였다. 세금을 덜 떼면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 소비가 진작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부는 1~8월에 더 뗀 세금까지 9월 월급봉투에 얹어서 지급하게 했다. 연말정산 효과가 앞당겨진 셈이다. 예컨대 연봉 6000만원(세전)인 직장인의 경우 약 35만원 정도(1~8월 중 더 낸 세금)가 급여통장에 더 찍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근로자들이 더 받은 돈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올 연말정산 때 근로자들이 돌려받을 돈이 이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당시 직장인 가운데 공무원들은 정부 시책에 따라 모두가 원천징수 당하는 세금이 줄었고, 그만큼 월급이 늘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87%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이번 연말정산에서 환급액이 확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회사별로 차이날 수 있어 꼼꼼히 따져야

그러나 민간기업 중에선 1~8월 중에 더 낸 세금을 작년 9월 월급날에 돌려준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소급 여부를 각 회사에서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100대 대기업 중 42개 업체만 작년 9~10월부터 소득세를 덜 떼고 월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회사가 정부 시책에 따라 내 급여에서 소득세를 덜 뗐는지 여부는 개별 회사 회계팀에 확인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소득세를 똑같이 뗐다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연말정산 환급액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근로자에게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민간 기업은 46만여개에 이른다.

직장인들은 이런 소득세 환급 여부와 관계없이 연말정산 자료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2012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은 예년과 똑같이 회사를 통해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국세청이 공제액 등을 따져 이미 낸 세금과의 차액을 계산한 뒤 환급 여부 및 환급액을 확정해 지급하는데, 이 역시 종전과 같다.

국세청은 각종 증빙서류를 열람·출력할 수 있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www.yesone.go.kr)를 오는 1월 15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연말정산을 하면서 공제 사항 등을 잘못 기재해 제출한 경우 역시 종전과 똑같이 5월 소득세 신고기간(5월 말까지)에 수정신고를 하면 된다. 이 경우 연말정산 때 공제를 덜 받았다면 소득세를 환급받게 된다. 반면 이번 연말정산 때 실제보다 공제를 더 많이 받은 경우, 소득세 신고 기간에 공제액을 줄여서 수정신고를 하지 않으면 총 납부할 세액의 10%를 신고불성실 가산세로 추징당하는 등 가산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