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08 10:00

황토구들체험마을 운영으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강원 평창 김동하 씨(45)

87학번인 김동하 씨는 대학교 4학년 시절‘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자연을 통한 관광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선구안을 갖게 됐다. 그의 선구안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건 졸업 후 롯데호텔면세점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1999년 제주도로 발령을 받은 뒤 언젠가 실행할 귀촌을 위해 일부러 외진 바닷가 쪽에 집을 구해 예행연습을 했다. 1년 동안 경험한 시골 생활은 귀촌에 대한 확신으로 다가왔다. 본사로 복귀하는 대신 평창으로 향한 김동하 씨의 추진력은 농촌마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배려와 존중으로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되다

추진력 넘치는 젊은이의 유입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끊임없이 계획을 구상하고 기획을 제안하는 김동하 씨는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젊은 일꾼이다.

“마을 주민에게는 농사라는 생업이 있기 때문에 체험마을을 영리 목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역에 도움이 되고 마을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긍정적인 입장이지요. 저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의 노력으로 체험마을과 친환경농사마을로 거듭나 마을의 브랜드 가치를 얻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지역주민과 하나가 되는 과정은 귀농·귀촌인이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더구나 체험마을을 운영하려면 내부적으로 단단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야 한다. 3년 전부터 이장으로서 마을 대소사를 책임지고 있는 김 씨의 비결은 ‘존중’이었다.

“아무리 체험마을이라는 사업에 얽매어 있다고 해도 회사의 조직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단지 어울려 사는 이웃 주민일 뿐 상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김 씨가 생각하는 배려와 존중의 기본은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조율하는 것이 김 씨가 추구하는 이장의 역할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인재개발원에 진행하던 귀농·귀촌 프로그램에 응모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체험마을로 발전할 수 있었지요. 마을 회의를 통해 ‘황토구들마을’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구들 관련 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아졌어요.”

김동하 씨는 마을의 구들 및 귀농·귀촌 체험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도맡고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마을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그의 하루는 오늘도 바삐 흘러간다.

‘황토구들’로 체험마을 본격 가속화

그런데 김 씨의 체험마을에 관한 설명 중 귀에 낯선 단어가 반복된다. 바로 ‘구들’이다. 구들이란 방 밑에 화기(火氣)가 돌도록 하는 우리의 전통 난방시설로 흔히 ‘온돌’이라 표현한다. 그는 생태적 삶을 추구하기 위해 귀농·귀촌을 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는 주택만은 친환경과 동떨어진 현실을 목격하면서 구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뜨뜻한 온돌에 대한 향수가 있지요. 특히 귀농·귀촌 비율이 높은 40~50대 분들은 아궁이에 군불 때던 옛 추억도 있고요. 그 덕에 구들을 이용한 생태주택을 주목하는 추세예요.”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인 것은 ‘세상 모든 것들은 자기가 살 집을 스스로 짓고 사는데 인간만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문구였다. 김 씨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자기가 살 집을 스스로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구들학교를 개강하게 됐다.

“마을체험관을 활용해 2박 3일 동안 직접 구들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에요. ‘내 손으로 만드는 황토구들방’이라는 공식 명칭 아래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들학교를 열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체험마을의 활성화예요. 경영관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체험마을 운영은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사업입니다. 고정 지출비가 소요되지만, 체험객 수는 불확실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구들학교체험관을 운영할 수 있는 기본 사업으로 접근하자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체험마을에 요긴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운영되는 구들학교 수강 신청은 간략하다. 프로그램 신청서를 보낸 뒤 선발과정을 거치면 끝. 김동하 씨의 개인 카페 (http://cafe.naver.com/woodgoodeulhouse)에 자세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으며 황토구들마을 홈페이지(http://cafe.naver.com/woodgoodeulhouse)에서도 구들 체험 신청이 가능하다.

새농어촌건설운동으로 ‘교육·문화·복지’ 활성화

김동하 씨가 귀촌을 결심한 가장 큰 단초가 된 것은 음악이다. 대학 시절엔 음악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했고, 스물세 살의 나이에 3년 동안 음악카페를 경영한 이력도 있다. 호텔 근무를 하면서 음악 관련 서비스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현재 집 옆에 개인 다실 겸 음악실을 두고 연주와 노래 연습에 매진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요. 언젠가는 이곳을 라이브카페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한 마디로 시골 문화공간과 같은 곳이죠.”

강원도에서 추진되는 ‘새농어촌건설운동’은 그의 비전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정신, 소득, 환경’분야로 나뉜 이 운동은 말 그대로 농촌을 새롭게 바꿔보자는 취지의 건설적인 활동이다.

새농어촌건설운동을 통해 마을 주민에게 작은 음악회를 선보이는 것은 음악 애호가인 김 씨에게 소중한 추억이다. 더구나 이 운동은 문화뿐만 아니라 교육과 복지의 활성화에도 톡톡한 감초 역할을 한다.

“매년 봄 산골음악회를 개최해 지역주민에게 음악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자선공연으로 펼쳐지는 이 음악회가 벌써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는데요. 만돌린오케스트라와 아카펠라 그룹인 폴리포니가 합동공연을 올립니다. 이번 5월에 또 한 번 즐거운 음악선율이 울려 퍼질 계획입니다.”

주민들이 농촌관광대학교, 숲해설가과정, 체험지도사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 것도 새농어촌건설운동 덕분이다. 이곳 주민은 기존 소득 분야였던 농사를 친환경농업으로 발전시키고, 체험마을을 통해 관광 소득을 얻고, 마을을 가꾸고 보전하는 노력으로 환경을 개선하며 사람 냄새 풍기는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청년회에서는 마을의 농기계창고를 이용해 전 주민이 사용 가능한 문화 복지공간을 마련하고자 고민 중입니다. 이런 장소를 통해 지역의 어린이와 젊은이, 그리고 노년층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어보고 싶습니다.”

김동하 씨는 황토구들마을의 발전을 기뻐하면서도 자신에게만 공이 돌아오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한 마을의 발전은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한 도시와 시골의 삶을 비교하는 것에도 난색을 표했다.

“귀촌의 장점은 스스로 삶에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의무적인 야근도 없으니 시간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지요. 그러나 본사 22층으로 출근했던 도시의 삶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도시든 시골이든 그저 행위의 모습만이 다를 뿐 경제활동이라는 목적은 같다고 봅니다.”

김 씨는 도시와 시골을 비교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정의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림으로 치면 여백이 있는 삶을 사는 것 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어울린다는 그. 다만 신규사업계획처럼 정밀한 접근만이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열쇠라는 충고를 빠뜨리지 않았다.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도전이 무수히 남아 있는 김동하 씨의 귀촌 생활. 그가 그려갈 미래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여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자료제공·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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