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음표·부엉이 맥주병… 디자인, 맥주처럼 톡 쏜다

"맥주병을 모으기 위해 맥주를 마신다?" 조만간 이런 트렌드가 인테리어·주류업계에 대두되지 않을까 싶다. 평범한 갈색 병에 밋밋한 로고 등 지루하고 천편일률적이던 맥주병이 갈수록 깜찍하고 사랑스러워지고 있기 때문. 병 라벨뿐 아니라 전체적인 형태, 패키지까지 디자인의 손길이 미치면서 독특한 '디자인 맥주'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런 병 디자인 마케팅은 이전에는 주로 고가(高價)의 와인 브랜드들이 시도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깜찍한 '부엉이 맥주'(히타치노)가 젊은 층에 돌풍을 일으킨 후 이런 흐름에 불이 붙었다는 전언이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주류회사가 패션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디자인스튜디오 스티키몬스터랩과 손잡고 독특한 맥주병 디자인을 소개하는 광고를 내보낸 것이 대표적인 예. 또 다른 한 국내 맥주 브랜드는 지난해 팝아티스트, 산업·패션디자이너 등 7명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한정판 맥주 패키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맥주병은 '디자인의 경합장'이라 불릴 만큼 재기 발랄한 시도가 많다. "와인 수요층보다 젊고 발랄한 소비자들이 많아 개성 넘치는 시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매년 독특한 한정판으로 인기가 높은 하이네켄사는 최근 프랑스 산업 디자이너 쁘띠 로메인이 만든 정사각형 맥주병을 내놨다. 디자이너는 "병맥주보다 운송·진열시 공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아이슬란드 맥주 브랜드 폴스테인은 얼마 전부터 매년 디자이너 10명이 간결한 그래픽을 얹은 맥주 10개 콘셉트를 내놓고 있고, 브라질 맥주 브랜드 서머 트래프트는 병을 잡는 손가락 위치를 고려한 비정형적 상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재밌는 건 이런 디자인 맥주의 경우 유독 '음악'과 관련된 모티브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 디자이너 매트 브런의 맥주병 '튠드 페일 에일'과 디자이너 샘 겐스버그의 '뮤지컬 비어'는 병 라벨에 음계를 표시해 사용자가 그 부분까지만 마시고 병을 불거나 두드리면 해당 음이 나온다. 글로벌 맥주회사 밀러사는 아예 맥주병을 감싸는 종이 패키지 3개를 연결하면 마치 빈티지 오디오처럼 보이도록 하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예전보다 디자인이 크게 다양해진 건 확실하지만, 업계는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독특한 디자인의 맥주병은 아직 대다수 대중에겐 생소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소비 주도층에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소장용'으로 보관하도록 한정 생산하고 있지만, 대량생산하는 건 아무래도 시일이 좀 걸릴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