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친환경 기술 '엔젤 투자' 큰손으로 떠올라

유럽발(發) 경제 불황이 세계경제를 뒤흔들면서 위축됐던 친(親)환경 투자가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전체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내실(內實)을 강조한 '엔젤 투자'가 늘고 있다. 불황으로 친환경 기술의 옥석이 자연스럽게 가려지면서 실현 가능성이 큰 기술에 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환경 투자, 위험 대신 확실성 선택

시장조사기관 그린테크미디어는 지난해 친환경 투자현황과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그레이트포인트 에너지, 피스커 오토모티브 등을 선정해 8일 발표했다. 경제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태양광과 전기차(EV), 풍력에 대한 벤처 투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규모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투자 상위 10건 가운데 절반은 초기 벤처보다는 어느 정도 성장하고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에 투자됐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는 쪽에 '실탄' 공급을 선택한 것이다.

중국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 완샹(萬向)은 지난해 석탄합성 천연가스(SNG) 기술을 개발한 그레이트포인트에 4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SNG 기술은 200년 남짓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탄을 천연가스로 바꾸는 기술이다. 그레이트포인트는 SNG 기술의 실용화에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투자받은 회사들

고급 전기차를 만드는 피스커 오토모티브가 12억달러 이상 투자를 받은 것도 주목된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KPCB와 NEA, 어드밴스드 에쿼티 등 3개사가 총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투자가 이어졌다.

피스커는 2008년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장점을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카르마'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이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 업체가 파산하고 일부 차량이 리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 회사에 대한 투자는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억달러 이상 투자를 받은 '1억달러 클럽'에는 사파이어 에너지와 하비스트 파워도 이름을 올렸다. 사파이어 에너지는 바다에 사는 미세조류(algae)의 유전자를 조작해 연료를 뽑아내는 기술을 가진 회사다.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 등이 1억3900만달러를 투자했다. 원료를 바다에서 풍부히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연료로 주목받았다.

하비스트 파워와 엘레번스 리뉴얼 사이언스는 자원 재활용 기술로 각각 1억1000만달러와 1억4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하비스트 파워는 음식물 같은 유기물 쓰레기에서 제초제와 비료 성분을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엘레번스 리뉴얼은 재활용 기름에서 화학제품을 뽑는 기술을 선보였다.

알람닷컴은 전등과 냉난방 시설의 전력을 관리하는 스마트홈 서비스 기술로, 블룸에너지는 난방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s) 기술로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투자 큰손 떠오른 중국

지난해 친환경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다소 위축됐다. 전년보다 28% 떨어진 68억달러에 머물렀다. 연간 62억4000달러로 떨어졌던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과거 친환경 기술에 대한 '묻지마 투자'식 거품이 꺼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친환경 기술 벤처는 기존의 IT(정보기술) 벤처에 비해 투자 이익을 회수하는 기간이 길다"며 "투자회사들이 실현 가능성이 큰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의 공격적 투자도 주목된다. 대규모 자본을 발판삼아 경제 불황에 매물로 나오거나 경쟁력 있는 미국과 유럽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완샹은 작년 그레이트포인트 에너지에 투자한 데 이어 미국의 대표적 전기차 배터리업체 A123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다. 차량 바퀴에 전기모터가 붙은 인휠 장치 전문회사 프로티언 일렉트릭에 84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는 자본과 연결되지 못한 혁신적인 기술을 지원하는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친환경 벤처 투자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반면 중국의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