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보건소 의사 강의성씨… 1년째 이웃돕기 '동전 콘서트'

지난 7일 오후 7시 서울 강동구보건소 지하 1층 다목적홀. 평소 보건소 행사를 할 때가 아니면 늘 비어 있던 이곳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한쪽 벽에 걸린 파란색 현수막에는 "동전 모으기 포크콘서트 C&F"라고 적혀 있었다. 널빤지를 겹쳐 쌓은 작은 무대에 통기타를 멘 보건소 의사 강의성(51)씨가 올랐다.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제비꽃처럼,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낮은 소리가 있습니다. 작아서, 보잘것없어 소중합니다. 동전이 그렇고, 저희 노래가 그렇습니다." 무대 앞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손뼉치며 환호했다.

이날은 강씨의 다섯 번째 콘서트 날이다. 그는 가수가 아닌 의사이지만 2011년 12월부터 콘서트를 열어왔다. 첫 번째 콘서트는 단출했다. 보건소 1층 로비에서 의자 하나를 갖다 놓고 마이크도 없이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동료 2명이 그를 도왔다. 의자 옆에는 작은 모금함을 뒀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동전이 생각났어요. 사소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동전이 평범한 사람들과 닮았잖아요. 그래서 '코인(동전) 앤드 포크 콘서트'를 만들었습니다." 첫 콘서트에는 지나가는 사람 몇 명이 동전을 모아줬다. 그때 모인 돈은 6만원 정도다. 그의 콘서트는 회를 거듭할수록 커졌다. 두 번째 콘서트(2012년 3월)엔 20명이 24만6890원과 외국동전 140개를, 세 번째 콘서트(2012년 6월)엔 68명이 32만6070원과 외국동전 93개를, 네 번째 콘서트(2012년 10월)엔 102명이 35만5068원과 외국동전 320개를 모아줬다. 무대에 서는 가수도 늘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로 모은 동전 기금은 전액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7일 다섯 번째 공연은 '김광석 스페셜'을 주제로 진행됐다. '사랑했지만' '맑고 향기롭게' '거리에서' 등 가수 김광석의 노래 20곡을 17명의 가수가 불렀다. 색소폰 연주도 있었다. 모두 그의 취지에 공감한 보건소와 강동구청 직원들이다. '일어나'를 부른 이재철씨는 "처음 서는 자리라 떨립니다"라며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박자를 놓쳤다.

관객은 100여명 정도. 이날 모금액은 53만8730원과 외국동전 176개. 무게로 따지면 25㎏이다. 동전을 담은 저금통 48개도 있었고, 비닐봉지에 동전을 담아 낸 사람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콘서트를 보러 온 박옥화(52)씨는 "친구로부터 소문을 듣고 왔다"며 "집에 굴러다니는 동전은 앞으로 여기에 갖고 와서 좋은 일에 쓰면 되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당초 예정보다 20분 늦은 오후 9시 20분 마무리됐다. 강의성씨는 마지막 노래로 안치환의 '귀뚜라미'를 부르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일 참 잘 벌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작았던 콘서트가, 사람들이 모이니 이렇게 커졌습니다."